한 겨울 시골 장터, 주말 난로 곁 둔탁한 나무탁자 위,
모락모락 김 오르는 된장찌개,
새콤한 내음에 침이 절로 도는 나박김치,
젓가락 휘 젖기를 기다리는 막걸리 사발들,
그리고 시끄럽지만 정겹게 들리는 이웃들의 이야기.......
그러다가 간혹 터지는 고함소리,
좋은 음식 먹은 입으로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남의 가슴에 못이 되기도 하는....
시간과 장소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일상이 아니겠는가?
이십세기를 마무리하는 이천년 십이월에 “사람의 입”이라는 성구를 빌어 되돌아보고 싶다.
갈수록 각박해져 가는 이 시대에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사람을 더럽히지 않는다.
더럽히는 것은 오히려 입에서 나오는 것이다.”(마태 15. 11)라는 말씀이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다만 나뿐일까?
추운 겨울, 옷깃을 여미고 여며도 마음속으로 파고드는 한기....
이를 녹일 수 있는 따뜻한 말.... 자주하고 듣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은 오직 나만의 꿈인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좋은 뜻이 “어떤 사람이 누룩을 밀가루 서 말 속에 집어넣었더니 온통 부풀어 올랐다.
하늘나라는 이런 누룩에 비길 수 있다.”라는 말씀같이,
좋은 것을 내 안에만 채우려 하지 말고,
서로 나누려는 마음을 세상 속에 넣어 넘쳐흐르도록 하면
비록 가진 것 없는 우리라 하지만 행복지수는 조금이나마 높아지지 않을까. <한국토양비료학회, 토양과 비료, 2000. 12 게재>
2-4 생활 속에 숨 쉬는 미생물
된장, 김치, 막걸리 그리고 누룩..... 우리 전통 식생활과 관련되어 있는 대표적인 것들이다. 그런데 이것들은 단순히 끊이고ㆍ삶고ㆍ굽는 것이 아니라 맨눈으로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발효작용에 의해 만들어 진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음식에서도 맛볼 수 없는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발효란 무엇인가? 생화학적으로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만, 미생물에 의해 인간에 유익한 물질이 생성되는 작용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예를 들어 효모에 의해 포도당이 술로 되는 것은 알코올발효 즉 주정발효이고, 초산균에 의해 막걸리와 같은 술이 식초로 되는 것은 초산발효이다. 식초 이야기 하다 보니, 시골 부뚜막 한 쪽에 막걸리 담아 소나무 잎으로 마개를 하여 둔 소주 됫병을 본 기억이 난다. 막걸리에 들어있는 알코올이 발효되면 식초가 되는 것이고, 초산균은 산소가 있어야 하니까 공기가 통할 수 있도록 소나무 잎을 길쭉이 말아서 꼽아둔 것은 우리 조상님들의 삶의 지혜라기보다는 과학 그 자체가 아니겠는가. 이런 것들이 더욱 발전되었다면 그 어느 나라보다 인간미 넘치는 과학문명이 발전되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한편 유산균에 의해 당이 젖산 즉 유산으로 되는 김치나 요구르트 제조 등에 사용하는 유산발효가 있다. 발효에 대해 세 가지를 예로 들었지만, 우리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작용이 여기에 속한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 알코올발효[ alcohol fermentation, -醱酵 ]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미생물에 의하여 당류가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어 알코올을 생성하는 발효이다. 주정발효라고도 한다. 미생물에 의한 탄수화물의 무효소적 분해의 일종으로, 당 또는 다당류에서 최종적으로 에탄올과 이산화탄소를 생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용을 하는 미생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효모이다.
※ 초산 발효[ acetic acid fermentation, 醋酸醱酵 ] 산화(酸化)발효의 한 종류로, 공기 중의 산소를 이용하는 초산균의 작용으로 알코올을 호기적으로 산화시켜 아세트알데하이드를 거쳐 초산을 만드는 과정이다. 식초를 만들 때 알코올발효나 젖산발효와 함께 옛날부터 널리 알려져 왔다. 막걸리와 같이 알코올 함유량이 비교적 적은 술에 물을 타서 컵에 넣어 따뜻한 곳에 놓아두면, 표면에 흰 피막이 생기며 신맛이 나는데, 이 피막은 초산균의 집합체이다. 초산균은 호기성 세균이며, 공기가 풍부한 액의 표면에서 잘 번식할 뿐만 아니라, 공기 중의 산소를 이용하여 알코올을 초산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에 신맛이 나게 된다. 초산균의 생육 최적온도는 20∼30℃이며, 10℃ 이하 또는 45℃ 이상에서는 번식력이 매우 약해진다. 또한 알코올 농도가 5∼10%의 범위가 아니면 균이 발육하지 않고 생성된 초산 농도가 10% 이상이 되면 균은 없어진다.
※ 젖산(유산)발효 [ lactic acid fermentation, ~酸醱酵 ] 당을 무산소적으로 분해하여 젖산을 생성하는 발효. 알코올발효와 같이 생물의 2가지 주요 발효인데 동물조직에서는 특수한 장기를 제외하고 거의 이 발효를 하는 성질을 가지며, 이를 해당이라고 한다. 미생물로 젖산발효를 하는 대표적인 것으로는 Rhizopus oryzae 등의 털곰팡이류, 세균류에서는 젖산(유산)균을 들 수 있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미생물의 기능을 추상적으로 설명해 온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우리가 쉽게 접하는 식품을 위주로 미생물의 작용을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식품도 하나의 유기물이므로 미생물의 농업적 이용에도 이와 유사한 기능이 적용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읽었으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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