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야의 고백
예레미야서 7장에서 20장까지에 대한 구체적인 연대 표시는 없지만,
RNAB는 "주로 여호야킴(Primarily from the Days of Jehoiakim) 시대"라 하고,
bible.ca는 "치드키야 시대"라 한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치드키야가 다스릴 무렵으로 그 연대를 잡고자 한다.
여호야킴이 다스리기 시작할 무렵에 했던 성전 설교(예레 26장)는
우리야 예언자의 죽음과
사판의 아들 아히캄의 도움으로 죽임을 당하지 않은 예레미야의 이야기로 끝난다.
그러므로 7장의 성전 설교가 자기를 죽이려는 여호야킴 시대에 계속 이어졌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여호야킴 제4년에는 예레미야가 묶여 있는 몸이어서
주님의 집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였지만(예레 36,5),
예레 7장은 주님의 대문에 서서 말씀을 외친다고 나오기 때문에
자신을 죽이려 한 여호야킴이 죽은 이후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예레 13,18의 "임금과 모후에게 말하여라.
찬란한 왕관이 너희 머리에서 벗겨져 내렸으니 낮은 자리로 내려와라"는 본문에서 언급된 임금은
여호야킴의 뒤를 이었지만 폐위되어 바빌론으로 유배 간 아들 여호야킨이고,
모후는 여호야킨의 어머니로서(예레 29,2)
여호야킴의 아내이므로 치드키야 시대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시기에 속한 본문에는 다섯 번의 예레미야 고백이 나오고,
문장 흐름상 그간 여호야킴과 그의 추종자들에게 당했던
예레미야의 심경을 토로하는 내용이 나오므로,
이들 본문을 치드키야 시대를 여는 시점에 두는 것이,
사악한 여호야킴 시대를 접고 새로 시작하려는,
예레미야의 심정적 바람에 부응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24장은 유다 임금 여호야킴의 아들 여콘야와
유다의 제후들과 장인들과 대장장이들을
예루살렘에서 바빌론으로 끌고 간 뒤(예레 24,1)라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치드키야가 임금시대 이고,
24장 1절의 '성전 앞'에도 7장 2절의 '주님의 집 대문'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참고로 예레 21-23장은
"이제 너희가 성벽 밖에서 너희를 포위하고 있는 바빌론 임금과 칼데아인들"(21.4)이라는 본문처럼
네부카드네자르가 예루살렘을 포위 공격하고 있는
유다 말기 BC 587년의 상황이다.
하느님께서는 예레미야서 7장에서 유다 백성에 대해
그들은 나에게 순종하거나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목을 뻣뻣이 세우고
자기네 조상들보다 더 고약하게 굴었다고(예레 7,26) 질책하시면서
조상들을 이집트 땅에서,
곧 쇠를 녹이는 도가니에서 끄집어내던 날(신명 4,20) 맺었던
"주님께서 너희의 하느님이 되시고,
너희는 그분의 길을 따라 걸으며,
그분의 규정과 계명과 법규들을 지키고,
그분의 말씀을 듣겠다는 것이다."(신명 26,17) 라는
계약을 상기시킨다.
이렇게 시작한 이 시대와 관련된 예레 7장부터 20장까지의 본문을,
"내 말을 듣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일을 하여라.
그러면 너희는 나의 백성이 되고
나는 너희의 하느님이 될 것이다."(예레 11,4)라는 하느님의 말씀과
다섯 차례에 걸친 고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한
예레미야의 대연설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특히 주님의 집 대문에 서서 외치라는 말씀에 따른
예레미야서 7장에 나온 성전 설교는
이스라엘의 배신과 그로 인해 기정사실화된 바빌론 유배에 대한
하느님의 심중을 전하는 것이므로,
예레미야서의 시작과 끝 즉 전체를 압축한 판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예레미야서 7장에서
예레미야를 통해 전하시는 하느님 말씀을 먼저 듣는다.
▶하느님 말씀◀
3만군의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희 길과 너희 행실을 고쳐라.
그러면 내가 너희를 이곳에 살게 하겠다.(예레 7,3)
13너희가 이 모든 짓들을 했기 때문에,
─ 주님의 말씀이다. ─
내가 너희에게 줄곧 일렀어도 듣지 않고 너희를 불렀어도 응답하지 않았기 때문에,(예레 7,13)
14내 이름으로 불리고 너희가 그토록 의지하는 이 집에,
내가 너희와 너희 조상들에게 준 이곳에 내가 실로에서 한 일과 같은 일을 하겠다.(예레 7,14)
15내가 모든 형제를,
곧 에프라임 후손을 모두 쫓아낸 것처럼 너희를 내 앞에서 쫓아내겠다.’(예레 7,15)
16그러니 너는 이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지 마라.
그들을 위하여 탄원도 기도도 올리지 말고 나에게 조르지도 마라.
나는 너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예레 7,16)
25너희 조상들이 이집트 땅에서 나온 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나는 내 모든 종들,
곧 예언자들을 날마다 끊임없이 그들에게 보냈다.(예레 7,25)
26그런데도 그들은 나에게 순종하거나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목을 뻣뻣이 세우고 자기네 조상들보다 더 고약하게 굴었다.(예레 7,26)
27네가 그들에게 이 모든 말씀을 전하더라도 그들은 네 말을 듣지 않을 것이고,
그들을 부르더라도 응답하지 않을 것이다.(예레 7,27)
28그러므로 너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여라.
'이 민족은 주 그들의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훈계를 받아들이지 않은 민족이다.
그들의 입술에서 진실이 사라지고 끊겼다.'(예레 7,28)
29네 머리카락을 잘라 내던져라.
벌거벗은 언덕 위에서 애가를 높이 불러라.
주님께서는 당신 진노를 일으키게 한
이 세대를 내치고 버리셨다.(예레 7,29)
30참으로 유다 자손들이 내가 보기에 악을 저질렀다.
주님의 말씀이다.
그들은 역겨운 것들을 내 이름으로 불리는 집 안에 들여놓아 그 집을 더럽혔다.(예레 7,30)
31그들은 '벤 힌놈 골짜기'에 토펫의 산당을 세우고 저희 아들딸들을 불에 살라 바쳤는데,
이는 내가 명령한 적도 없고 내 마음에 떠오른 적도 없는 일이다.(예레 7,31)
32그러므로 이제 그날이 오고 있다.
주님의 말씀이다.
그때에는 그곳이 더 이상 토펫이나 벤 힌놈이 아니라
'살육의 골짜기'라 불릴 것이다.
그들이 묻힐 곳이 없어서 토펫에 시체를 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예레 7,32)
33이 백성의 시체가 공중의 새와 땅의 짐승들 밥이 되어도
그것들을 쫓아내는 자 아무도 없을 것이다.(예레 7,33)
34내가 유다 성읍들과 예루살렘 거리에서 환호성과 즐거움에 찬 목소리와
신랑 신부의 목소리를 멈추게 하리니
그 땅이 황무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예레 7,34)
이어서 예레미야는 유다 백성들이 지은 죄와 회개에 대한 하느님의 말씀을
너무 늦기 전에 순종하여 실행하라고 (예레 13,15-17)
예레 8장부터 20장까지 내리
백성들에게 반복적으로 들려준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이 백성을 위해 기도하지 말라고(not intercede)
예레미야에게 세 번이나 단호하게 말씀하시니,
당신의 의중이 무엇인지 알아야 할 것 같다.
"너는 이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지 마라(not intercede).
그들을 위하여 탄원도 기도도 올리지 말고 나에게 조르지도 마라.
나는 너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예레 7,16)
"너는 이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지 마라(not intercede).
그들을 위하여 탄원도 기도도 올리지 마라.
그들이 재앙의 때에 나에게 부르짖어도 나는 듣지 않으리라.”(예레 11,14)
"이 백성을 위하여 행복을 빌지 마라(not intercede).
12그들이 단식하여도 내가 그들의 호소를 듣지 않고,
번제물과 곡식 제물을 바쳐도 받지 않겠다.
오히려 칼과 굶주림과 흑사병으로 나는 그들을 전멸시키겠다."(예레 14,11-12)
이 백성을 위해 기도하지 말라고
세 번이나 말씀하신 하느님의 엄한 명령을 들은 예레미야는,
유다의 회개를 위해 그간 예레미야를 통해 내리신 하느님의 많은 말씀이
결국 무위로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한다.
그의 생각을 입증하듯 하느님께서는 곧바로 예레 8장에서
유다 민족의 비길 데 없는 완고함,
서기관들의 거짓 철필로 만들어 낸 거짓된 말(예레 8,8),
예언자들과 사제들의 비리(예레 8,10-12)에 대해 책망하시면서,
당신께서 예레미야에게 왜 기도를 하지 말라고 하셨는지를 설명하신다.
그리고 그에 따른 벌로 주님의 채찍을 호되게 휘두르시겠다고(예레 8,13-17) 하시니,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닥쳐올 참상에 탄식하지 않을 수 없는(예레 8,18-23) 예레미야,
그저 넋 놓고 울부짖는다.
예언자의 탄식(예레 8,18-23)
슬픔이 나를 덮쳐 오고
내 마음은 병들었다.(예레 8,18)
이 땅 저 멀리서부터
내 딸 내 백성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주님께서는 시온에 안 계신가?
시온의 임금님께서 그곳에 안 계신가?”
어쩌자고 그들은 우상들로, 낯선 헛것들로
나를 화나게 만들었는가?(예레 8,19)
수확이 끝나고 여름이 지났건만
저희는 아직도 구원받지 못하였습니다.(예레 8,20)
내 딸 내 백성의 상처 때문에 내가 상처를 입었다.
나는 애도하고 공포에 사로잡혔다.(예레 8,21)
길앗에는 유향도 없고
그곳에는 의사도 없단 말이냐?
어찌하여 내 딸 내 백성의 건강이
회복되지 못하는가?(예레 8,22)
아, 내 머리가 물이라면
내 눈이 눈물의 샘이라면
살해된 내 딸 내 백성을 생각하며
밤낮으로 울 수 있으련만!(예레 8,23)
이렇게 탄식한 예레미야는 이 시기에 다섯 번에 걸쳐 고백한다.
본문에 고백이라는 단어는 없지만,
'몇 번째 고백'이라는 소제목으로 표기된
'예레미야의 고백록'에서 그가 마음속에 담고 있는 생각을 들어보면,
당시 백성들이 그를 어떻게 괴롭혔는지,
그에 따른 그의 대응과 하느님을 향한 탄원은 어떠했는지,
하느님께서는 어떠한 응답을 예레미야에 주시고,
예레미야는 하느님의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알 수 있다.
신앙인으로서의 삶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예레미야의 고백록과 연계하여
현시대의 삶의 너울을 벗기면서
그의 책을 열어본다.
예레미야의 첫 번째 고백(예레 11,18-23)
18주님께서 저에게 알려 주시어 제가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당신께서 저에게 그들의 악행을 보여 주셨습니다.(예레 11,18)
19그런데도 저는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순한 어린 양 같았습니다.
저는 그들이 저를 없애려고 음모를 꾸미는 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저 나무를 열매째 베어 버리자.
그를 산 이들의 땅에서 없애 버려 아무도 그의 이름을 다시는 기억하지 못하게 하자.”(예레 11,19)
20그러나 정의롭게 판단하시고
마음과 속을 떠보시는 만군의 주님
당신께 제 송사를 맡겨 드렸으니
당신께서 저들에게 복수하시는 것을 보게 해 주소서.(예레 11,20)
21그러므로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하지 마라.
그렇게 하면 우리 손으로 너를 죽이겠다.” 하고 말하면서
내 목숨을 노리는 아나톳 사람들을 두고,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예레 11,21)
22“그러므로 만군의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이제 내가 그들을 벌하겠다.
젊은이들이 칼에 맞아 죽고 그 아들딸들이 굶어 죽을 것이다.(예레 11,22)
23아나톳 사람들 가운데 아무도 살아남는 자가 없으리니,
징벌의 해에 내가 그들에게 재앙을 불러들일 것이기 때문이다.’”(예레 11,23)
예레미야의 두 번째 고백(예레 15,10-21)
10아, 불행한 이 몸! 어머니, 어쩌자고 날 낳으셨나요?
온 세상을 상대로 시비와 말다툼을 벌이고 있는 이 사람을.
빚을 놓은 적도 없고 빚을 얻은 적도 없는데
모두 나를 저주합니다.(예레 15,10)
11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반드시 너를 풀어 주어 복되게 하리라.
재앙과 재난의 때에
네 원수가 너에게 간청하게 하리라.(예레 15,11)
12누가 쇠를, 곧 북녘에서 오는 쇠와
청동을 꺾을 수 있겠느냐?(예레 15,12)
13나는 너의 재산과 보화를
노획물로 내어 주리라.
그것은 네 거주지 곳곳에서
네가 저지른 온갖 죄악의 대가다.(예레 15,13)
14나는 네가 알지 못하는 땅에서
원수들을 섬기게 하리라.
참으로 내 분노의 불꽃이 댕겨져
너희를 거슬러 타리라."(예레 15,14)
15주님, 당신께서는 저를 아십니다.
저를 기억하시고 찾아 주소서.
저를 뒤쫓는 자들에게 복수하여 주소서.
당신 분노를 늦추시다가 저를 잃지 마시고
당신 때문에 제가 수모를 당하는 줄 알아주소서.(예레 15,15)
16당신 말씀을 발견하고 그것을 받아먹었더니
그 말씀이 제게 기쁨이 되고
제 마음에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주 만군의 하느님
제가 당신의 것이라 불리기 때문입니다.(예레 15,16)
17저는 웃고 떠드는 자들과
자리를 같이하거나 즐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를 가득 채운 당신의 분노 때문에
당신 손에 눌려 홀로 앉아 있습니다.(예레 15,17)
18어찌하여 제 고통은 끝이 없고
제 상처는 치유를 마다하고 깊어만 갑니까?
당신께서는 저에게 가짜 시냇물처럼,
믿을 수 없는 물처럼 되었습니다.(예레 15,18)
19그러자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돌아오려고만 하면 나도 너를 돌아오게 하여
내 앞에 설 수 있게 하리라.
네가 쓸모없는 말을 삼가고 값진 말을 하면
너는 나의 대변인이 되리라.
그들이 너에게 돌아올망정
네가 그들에게 돌아가서는 안 된다.(예레 15,19)
20그러므로 이 백성에게 맞서
내가 너를 요새의 청동 벽으로 만들어 주리라.
그들이 너를 대적하여 싸움을 걸겠지만
너를 이겨 내지 못하리라.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너를 구원하고 건져 낼 것이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이다.(예레 15,20)
21내가 너를 악한 자들의 손에서 건져 내고
무도한 자들의 손아귀에서 구출해 내리라.“(예레 15,21)
예레미야의 세 번째 고백(예레 17,12-18)
12저희 성소가 있는 곳은
처음부터 드높은 영광의 옥좌였습니다.(예레 17,12)
13이스라엘의 희망이신 주님
당신을 저버린 자는 누구나 수치를 당하고
당신에게서 돌아선 자는 땅에 새겨지리이다.
그들이 생수의 원천이신 주님을 버린 탓입니다.(예레 17,13)
14주님, 저를 낫게 해 주소서. 그러면 제가 나으리이다.
저를 구원해 주소서. 그러면 제가 구원받으리이다.
당신은 제 찬양을 받으실 분이십니다.(예레 17,14)
15저들이 저에게 말합니다.
“주님의 말씀이 어디에 있나? 내려와 보시라지!”(예레 17,15)
16그러나 저는 당신께 재앙을 재촉하거나
파멸의 날을 기원하지도 않았습니다.
당신께서는 제 입술에서 무슨 말이 나왔는지 아십니다.
제가 당신 앞에서 아뢰었기 때문입니다.(예레 17,16)
17당신께서는 저를 두렵게 하지 마소서.
재앙의 날에 당신은 저의 피난처이십니다.(예레 17,17)
18저의 박해자들은 수치를 당하게 하시되 저는 수치를 면하게 해 주소서.
그들은 두려움에 떨게 하시되 저만은 두려움을 면하게 해 주소서.
재앙의 날이 그들에게 닥치게 하시고
그들을 부수시되 갑절로 부수어 주소서.(예레 17,18)
예레미야의 네 번째 고백(예레 18,18-23)
18그들이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자, 예레미야를 없앨 음모를 꾸미자.
그자가 없어도 언제든지 사제에게서 가르침을,
현인에게서 조언을,
예언자에게서 말씀을 얻을 수 있다.
어서 혀로 그를 치고,
그가 하는 말은 무엇이든 무시해 버리자.”(예레 18,18)
19주님, 제 말씀을 귀담아들어 주시고
제 원수들의 말을 들어 보소서.(예레 18,19)
20선을 악으로 갚아도 됩니까?
그런데 그들은 제 목숨을 노리며 구덩이를 파 놓았습니다.
제가 당신 앞에 서서
그들을 위해 복을 빌어 주고
당신의 분노를 그들에게서 돌리려 했던 일을 기억하소서.(예레 18,20)
21그리하여 그들의 자녀들을 굶주리게 하시고
그들을 칼날에 부치소서.
그들의 아내들이
자녀도 없는 과부가 되고
그 남편들은 흑사병에 걸려 죽어 가며
젊은이들은 싸움터에서 칼에 맞아 죽게 하소서.(예레 18,21)
22당신께서 갑자기 그들에게 약탈자를 보내실 때
그들 집 안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게 하소서.
그들이 저를 잡으려고 구덩이를 파 놓고
저의 발밑에 올가미를 숨겨 두었습니다.(예레 18,22)
23주님, 당신께서는
그들이 저를 죽이려는 흉계를 모두 아십니다.
그러니 그들의 죄악을 용서하지 마시고
그들의 죄를 당신 얼굴 앞에서 지우지 마소서.
그들을 당신 앞에서 거꾸러지게 하시고
당신 분노의 때에 그들을 마구 다루소서.(예레 18,23)
예레미야의 다섯 번째 고백(예레 20,7-13)
7주님, 당신께서 저를 꾀시어 저는 그 꾐에 넘어갔습니다.
당신께서 저를 압도하시고 저보다 우세하시니
제가 날마다 놀림감이 되어
모든 이에게 조롱만 받습니다.(예레 20,7)
8말할 때마다 저는 소리를 지르며
“폭력과 억압뿐이다!” 하고 외칩니다.
주님의 말씀이 저에게
날마다 치욕과 비웃음 거리만 되었습니다.(예레 20,8)
9‘그분을 기억하지 않고
더 이상 그분의 이름으로 말하지 않으리라.’ 작정하여도
뼛속에 가두어 둔 주님 말씀이
심장 속에서 불처럼 타오르니
제가 그것을 간직하기에 지쳐
더 이상 견뎌 내지 못하겠습니다.(예레 20,9)
10군중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기 마고르 미싸빕이 지나간다!
그를 고발하여라. 우리도 그를 고발하겠다.”
가까운 친구들마저 모두
제가 쓰러지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가 속아 넘어가고 우리가 그보다 우세하여
그에게 복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예레 20,10)
11그러나 주님께서 힘센 용사처럼 제 곁에 계시니
저를 박해하는 자들이 비틀거리고 우세하지 못하리이다.
그들은 성공하지 못하여 크게 부끄러운 일을 당하고
그들의 수치는 영원히 잊히지 않으리이다.(예레 20,11)
12의로운 이를 시험하시고
마음과 속을 꿰뚫어 보시는 만군의 주님
당신께 제 송사를 맡겨 드렸으니
당신께서 저들에게 복수하시는 것을 보게 해 주소서.(예레 20,12)
13주님께 노래 불러라!
주님을 찬양하여라!
그분께서 가난한 이들의 목숨을
악인들의 손에서 건지셨다.(예레 20,13)
예레미야의 "주님을 찬양하라며" 끝나는 그의 고백 뒤에 이어지는
"저주를 받아라, 내가 태어난 날!
복을 받지 마라,
어머니가 나를 낳은 날!"(예레 20,14)
"어찌하여 내가 모태에서 나와
고난과 슬픔을 겪으며
내 일생을 수치 속에서 마감해야 하는가?"(예레 20,18)라는 그의 심적 고뇌는,
당시는 물론 현시대를 살아가는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강한 울림을 주는 것 같다.
이렇게 그의 내면을 관통하는 울림을 함께 공명하기 위해서는
그의 고백 속에, 그가 살았던 시대를 현시대로 설정하고
그가 말했던 단어를 현시대의 용어로 바꾸어
현시대의 상황들과 연계해 보면 될 것 같다.
공동체와 사회 조직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고난과 핍박과 고통과 번뇌,
그리고 희망을 어디에 두고, 누구에게 의지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문제 제기와 해답을 그의 표현 속에서 고스란히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넋두리처럼 들리는 예레미야 자신의 삶에 대한 저주는(예레 20,14),
마음과 속을 꿰뚫어 보시는 만군의 주님께서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순한 어린 양같은 저희를(예레 11,19)
악인들의 손에서 건지셨으니,
주님께 노래 불러라!
주님을 찬양하여라!(예레 20,13)라는 답으로 풀린다.
예레미야의 "순한 어린 양"이란 표현은
그가 살아오면서 당한 고난과 고통을
먼저 살다 간 이사야의 주님의 종 넷째 노래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하여
자신의 심정을 드러내는 것 같다.
이사야는 주님의 종이 "학대받고 천대받았지만 그는 자기 입을 열지 않았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털 깎는 사람 앞에 잠자코 서 있는 어미 양처럼
그는 자기 입을 열지 않았다."(이사 53,7)라고 하였다.
한편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29)라는 사도 요한의 탄성 속에서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의 모습과 예레미야 예언자의 삶이 겹쳐 떠오르는 것은
나만이 느끼는 감정일까?
예레 연대-4. 예레미야의 고백: BC 597년, 치드키야 통치 시작 무렵/바빌론 유배 9년(예레 7 -- 20; 24)
예레미야서 7 -- 20; 24장
관련 본문은 분량이 많아 다른 파일에 게재되어 있음 ☞ 거짓을 만드는 거짓 철필 (예레-4 관련 본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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