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기 이전의 판관기는
이스라엘 민족의 배교와 이민족의 압제,
그리고 회개와 구원의 순환으로 점철된 시기이다.
사무엘기의 엘리는
드보라와 기드온의 평화를 뒤이은
아비멜렉의 스켐에서의 소동 이후
판관 톨라 시대에
쉰여덟의 나이로 판관기 시대에 판관직을 시작한 사제이다.
엘리에게는 두 아들 호프니와 피느하스가 있었지만,
그들은 불량한 자들로서 주님을 알아 모시지 않았다.
당시는 지속된 평화와 안일함으로 이완된
이스라엘 사회에 우상 숭배가 만연하고 있었으며,
사제 엘리는 점점 늙어가고,
그의 두 아들의 도덕적 불충실과 부패는
하느님의 자비를 넘어선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제 이스라엘 사회는 새로운 계기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1. 사무엘기 상권 시작 당시의 시대상
사무엘기 상권이 시작한 때는
엘리의 나이 칠십오 세 무렵이다.
즉 그의 판관직 사십 년의 중반기이다.
이때 요르단 강 너머 북부 므나쎄 지파 지역에는
야이르가 판관으로 있으며 안정한 상태였다.
그러나 가드 지파의 영토인 남부에는 암몬족이 발호하였다.
한편 가나안 쪽 이스라엘 남부에서는
필리스타인들이 세를 확대해 가고 있었다.
참으로 혼란한 시기였다.
이런 난국에도 엘리의 아들들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온갖 짓을 저지르고 난잡한 행동을 하였다.
이스라엘의 중심 성소인 실로에서의 사제들의 사악한 행동은
하느님의 분노를 한없이 끌어올리게 하였다.
하느님의 진노로 필리스티아에 의해
이스라엘 중심 성소인 실로가 파괴되고
주님의 계약 궤를 빼앗기게 된다.
이러한 사태들은
사무엘기를 관통하는
백성들의 임금 요구가 촉발되는 계기가 되게 한다.
2. 사무엘의 등장과 하느님의 계시
사무엘이 등장한 시기는
암몬과 필리스티아의 침략으로
사회가 혼란한 판관기의 마지막 시대,
즉 엘리의 판관 시대 끝자락에 해당한다.
이 시대는 이스라엘이 주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하여
극도의 혼란 상태에 접어든 시기였다.
사무엘 상권은 불임으로 멸시받아 마음 아파하는 여인 한나가
아들을 바라며 실로에서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느님은 필리스티아 사람들의 손으로 불충한 이스라엘을 크게 치실 것이지만,
믿음의 여인을 통해 구원의 손길도 내미실 것이다.
한나의 기도에 의해 난세라 할 수 있는 시기에 태어난 사무엘이,
젖을 뗀 후 성전에 봉헌되어
매우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주님을 섬기게 한다.
한나의 이러한 모습을 보신 하느님께서는
사무엘의 어머니에게 당신의 자애로운 자비를 베푸시어
아들 셋과 딸 둘을 더 주신다.
사무엘이
하느님의 궤가 있는 주님의 성전에서
잘 수 있을 정도로 성소 일에 익숙해졌다.
하루는 하느님의 등불이 아직 꺼지기 전에
주님께서 사무엘에게 말씀하셨다.
엘리가 자기 아들들이
하느님의 이름을 모독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을 책망하지 않기 때문에
엘리 집안의 죄악은 영원히 속죄받지 못할 것이다(1사무 3,13-14)라고
어린 사무엘에게 계시하신 것이다.
사무엘에게는 주님께서 함께 계시어,
그가 한 말은 한마디도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셨다.
주님께서는 실로에 거듭 나타나시어,
말씀으로 사무엘에게 당신을 드러내셨다.
3. 사무엘과 엘리의 사제 계보
사무엘과 엘리는 레위의 아들인 크핫의 자손이다.
크핫에게는 아므람, 헤브론, 우찌엘, 이츠하르 등 네 명의 아들이 있다.
크핫의 맏아들인 아므람은 모세와 아론을 낳고,
아론의 아들 가운데 엘아자르와 이타마르가 그의 뒤를 이은다.
사무엘기에 등장하는 엘리는 아므람의 손자인 이타마르의 자손이며,
사무엘은 아므람의 동생인 이츠하르의 자손이다.
판관기 17, 18장에 나오는 요나탄은 아므람의 아들인 모세의 손자이다.
사무엘기부터 사제들의 이름이 나온다.
아래 그림표를 참고하여 본문을 읽어 가면
본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성경은 거룩한 민족,
사제들의 나라를 바라시는 하느님의 역사이므로,
사제직 계보를 중심으로 이해할 필요도 있다.
4. 사무엘기 상권 1 - 3장의 주요 내용
1) 사무엘이 탄생하다 <1장>
① 이스라엘 중심 성소인 실로, 그리고 엘카나와 그의 가족(1,1-8). ② 한나가 아들을 청원하는 기도를 올리다(1,9-19). ③ 한나가 사무엘을 낳다(1,20-23). ④ 한나가 사무엘을 주님께 봉헌하다(1,24-28). |
엘카나의 두 번째 아내인 프닌나가,
주님께서 한나의 태를 닿아 놓으셨으므로,
매년 한나를 괴롭히고 화를 돋우었다.
괴롭고 분해서 실로로 가 하느님께 청원하니,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한나의 청원을 들어 주신다.
한나는 사무엘을 젖을 뗀 후 실로에 있는 주님의 집에 데려간다.
그녀는 말한다.
이 아이는 평생을 주님께 바친 아이입니다.
2) 한나의 집안과는 달리 엘리의 집안은 망할 것이다 <2장>
① 한나의 기쁨에 차 노래를 부르다(2,1-10.11). ② 엘리 아들들이 난잡한 행동을 하다(2,12-17). ③ 주님께서 아들을 봉헌한 한나에게 보상하시다.(2,18-21). ④ 엘리가 자신의 아들들에게 무의미한 질책을 하다(2,22-26). ⑤ 하느님께서 엘리의 집안은 망할 것이라고 말씀하시다(2,27-36). |
한나는 기뻐 노래하지만,
엘리의 집안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엘리는 매우 늙었다.
하느님의 사람이 엘리에게 말한다.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1사무 2,28ㄴ)
'나를 영광스럽게 하는 이들은 나도 그들을 영광스럽게 하지만,
나를 업신여기는 자들은 멸시를 받을 것이다."(1사무 2,30ㄷ)
"네 두 아들 호프니와 피느하스에게 닥칠 일이 너에게 표징이 될 것이다.
곧 그들이 둘 다 한날에 죽을 것이다."(1사무 2,34)
"네 집안에 남은 자는 누구나 그를 찾아가 푼돈과 빵 한 덩이를 빌면서,
제발 사제직 한 자리에 붙여 주어 빵 조각이라도 먹게 해 달라고 말할 것이다."(1사무 2,36)
한나의 노래를 들어본다.
1“제 마음이 주님 안에서 기뻐 뛰고
제 이마가 주님 안에서 높이 들립니다.
제 입이 원수들을 비웃으니
제가 당신의 구원을 기뻐하기 때문입니다.
2주님처럼 거룩하신 분이 없습니다.
당신 말고는 아무도 없습니다.
저희 하느님 같은 반석은 없습니다.
3너희는 교만한 말을 늘어놓지 말고
거만한 말을 너희 입 밖에 내지 마라.
주님은 정녕 모든 것을 아시는 하느님이시며
사람의 행실을 저울질하시는 분이시다.
4용사들의 활은 부러지고
비틀거리는 이들은 힘으로 허리를 동여맨다.
5배부른 자들은 양식을 얻으려 품을 팔고
배고픈 이들은 다시는 일할 필요가 없다.
아이 못낳던 여자는 일곱을 낳고
아들 많은 여자는 홀로 시들어 간다.
6주님은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시는 분,
저승에 내리기도 올리기도 하신다.
7주님은 가난하게도 가멸게도 하시는 분,
낮추기도 높이기도 하신다.
8가난한 이를 먼지에서 일으키시고
궁핍한 이를 거름 더미에서 일으키시어
귀인들과 한자리에 앉히시며
영광스러운 자리를 차지하게 하신다.
땅의 기둥들은 주님의 것이고
그분께서 세상을 그 위에 세우셨기 때문이다.
9주님께서는 당신께 충실한 이들의 발걸음은 지켜 주시지만
악한 자들은 어둠 속에서 멸망하리라.
사람이 제힘으로는 강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10주님이신 그분께 맞서는 자들은 깨어진다.
그분께서는 하늘에서 그들에게 천둥으로 호령하신다.
주님께서는 땅끝까지 심판하시고
당신 임금에게 힘을 주시며
기름부음받은이의 뿔을 높이신다."(1사무 2,1-10)
[1사무 2,27-36 주석] 엘리의 집안은 망한다(1사무 2,27-36). 이들 구절은 요시야의 개혁과 동시대의 관점에서 엘리의 처벌을 기술한다(2열왕 23,9; 비교 36절). 그 내용들은 1사무 22,18-23(사울의 놉의 사제들 학살)과 1열왕 2,27에 기록된 사건들에서 암시한다. 이 하느님의 경고에 대한 더 오래된 이야기는 1사무 3,11-14에 나온다. |
9산당의 사제들은 예루살렘에 있는 주님의 제단에 올라가지 못하였지만, 자기 동료들과 함께 누룩 없는 빵은 먹었다.(2열왕 23,9) 36네 집안에 남은 자는 누구나 그를 찾아가 푼돈과 빵 한 덩이를 빌면서, 제발 사제직 한 자리에 붙여 주어 빵 조각이라도 먹게 해 달라고 말할 것이다.(1사무 2,36) 27그런 다음 솔로몬은 에브야타르를 주님의 사제직에서 내쫓았다. 그리하여 주님께서 실로에 있는 엘리 집안을 두고 하신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졌다.(1열왕 2,27) |
3) 하느님께서 사무엘과 함께 계시다 <3장>
① 하느님께서 사무엘과 함께 계시다(3,1-18). ② 어린 나이의 사무엘이 예언자로 알려지다(3,19-21; 4,1). |
하느님께서 어린 사무엘에게 말씀하신다.
하느님의 마음이 오죽하셨으면 어린 아이에게 이런 중차대한 말씀을 하셨을까.
참으로 두 귀가 멍멍해져 정신이 아득해질 말씀이다.
“나는 엘리에게,
그의 죄악 때문에 그 집안을 영원히 심판하겠다고 일러 주었다.
그 죄악이란,
엘리가 자기 아들들이 하느님을 모독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을 책망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엘리 집안에게,
그 집안의 죄악은 제물이나 예물로는 영원히 속죄받지 못하리라고 맹세하였다.”(1사무 3,11-14)
하느님의 사람을 통해 엘리에게 불편한 말씀을 하셨던 주님께서는
사무엘이 자라는 동안 그와 함께 계셨다.
주님께서는 사무엘이 한 말은 한마디도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시어,
그가 주님의 믿음직한 예언자라는 사실을 이스라엘이 알게 하셨다.
주님께서는 실로에서 거듭 나타나시어,
주님의 말씀으로 사무엘에게 당신을 드러내셨다.
사무엘 시대에, 주님께서는 실로에 계신다. 하지만 에프라임 지파의 지역에 있는 이스라엘의 중심 성소인 실로는 이스라엘 자신들의 죄로 인해 성소로서의 기능을 영원히 잃게 될 것이다. |
5. 엘리의 죄는 그가 아들들의 잘못을 알고 있으면서도 책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엘리가 알고 있으면서도 자기 아들들을 책망하지 않았기 때문에 망할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꾸짖으신(마태 23,1-36) 예수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현시대에는 어떠한가? 하느님의 말씀을 거슬리는 것들이 온 사회에서 횡행하는데, 정작 입을 열어야 할 사람들은 입을 닫고 있지는 않은가? 이천 년 전, 아니 삼천 년 전에도 이러한 하느님의 말씀이 있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위치에 걸맞게, 말씀을 거역하는 자들에게 해야할 입을 닫고 있다면 어찌할 것인가? 참으로 두 귀가 멍멍해지고(1사무 3,11) 정신이 아득해진다. 말씀은 네 입에 있고, 네 마음에 있다. 주님, 성령의 빛으로 저희 귀를 여시어 생명의 말씀을 듣게 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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