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우리가 무심히 그야말로 무심히 밟고 지나가는 길이 되어버리기도 하고, 보기 싫은 잡동사니 묻어버리는 장소로 전락하기도 하지만, 모든 생명의 모태이며 때론 키우던 병아리가 삶을 다하면 그곳에 묻어 주려는 어린 마음까지도 우러나게 하는 흙이 아닌가. 세상사에 찌들다가도 어느 한 때 주위 적막한 자연 속으로 돌아가 이슬 먹은 아침 공기에 배어있는 상큼한 흙냄새에 취하여 아련한 추억 속으로, 아니 심연의 세계로 빠져 들게 하는 것이 흙이 아닌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야 하므로, 흙은 결국 모든 이의 고향인가? 흙은 살아 숨 쉬는 생명체가 아니겠는가? 눈에 보이던 것이 흙 속에 들어가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모든 동식물이 어우러져 살아가게 하고, 심지어는 인간의 마음까지도 움직이는 신비의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