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와 미생물/미생물을 내 손으로

미생물이 모습을 드러내다

좋은생각으로 2018. 11. 2. 10:10

흙!

우리가 무심히 그야말로 무심히 밟고 지나가는 길이 되어버리기도 하고,

보기 싫은  잡동사니 묻어버리는 장소로 전락하기도 하지만,

모든 생명의 모태이며 때론 키우던 병아리가 삶을 다하면

그곳에 묻어 주려는 어린 마음까지도 우러나게 하는 흙이 아닌가.

세상사에 찌들다가도 어느 한 때 주위 적막한 자연 속으로 돌아가

이슬 먹은 아침 공기에 배어있는 상큼한 흙냄새에 취하여

아련한 추억 속으로, 아니 심연의 세계로 빠져 들게 하는 것이 흙이 아닌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야 하므로,

흙은 결국 모든 이의 고향인가?


흙은 살아 숨 쉬는 생명체가 아니겠는가?

눈에 보이던 것이 흙 속에 들어가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모든 동식물이 어우러져 살아가게 하고,

심지어는 인간의 마음까지도 움직이는 신비의 대상이 아닌가!


작년에 수확하고 남았던 벼의 그루터기를,

올 들어 논 갈고 써레질하여 <그림> 여름 지난 후,

논에 돋보기를 들이대어도 현미경으로 살펴보아도 찾을 수 없다.

벼 그루터기는 어디로 갔는가?

경운기에 의해 잘게 부서졌는가?

부서지고 남은 한 가닥의 올이라도 보여야 할 것 아닌가?

공기로 사라져 버렸는가?

렇다면, 무엇이 벼 그루터기를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하였는가?

 

 

사라져 버렸다고 슬퍼만 할 수 없지 않은가!

만약 벼 그루터기가 그대로 있다면 어떻게 내년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이며,

땅 심 좋으라고 집어넣은 퇴비가

“누가 날 없애 노”하고 눈을 크게 뜨고 있으면,

삽이 채이고 곡괭이가 걸려 땅을 어떻게 갈아엎을 수 있겠는가?

그야말로 대혼란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그뿐인가 썩어 없어지라고 땅 속에 집어넣은 쓰레기가 멀뚱멀뚱 눈뜨고 있으니,

이리 보나 쓰레기ㆍ저리 보나 쓰레기ㆍ어화둥둥 쓰레기 제발 좀 없어져라,

빌고 빌고 또 빌자니,

돼지머리 천금 줘도 살 수 없어,

상 차려놓고 어찌 빌 수 있겠는가?

결국 지구는 오염물질로 뒤 덮여 어떠한 생명체도 살 수 없는 죽음의 행성이 되고 말지 않겠는가?

 

그러나, 선한 사람의 마음으로

갈고 어루만지는 흙에서는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흙 속의 살아있는 생명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흙이 살아있도록 생명을 갖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흙의 구성성분과 역할은 자세히 밝혀져 있다.

간략히 설명하여 흙은 암석이 부서지고 풍화된

모래, 미사, 점토 및 무기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성분 가운데 모래ㆍ미사ㆍ점토는

그 함량에 따라 공기의 유통과 물의 흐름 등에 영향을 주는 물리적인 특성을 결정한다.

인산ㆍ칼리ㆍ철ㆍ규소 등의 원소인 무기물질은

물과 이산화탄소와 함께 영양분이 되어 식물을 자라게 하여 초식동물의 먹이가 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흙이 살아있다고 할 수 없다.

단지 식물의 배지이며 동물의 운동장일 뿐이라는 것만 알 수 있게 한다.

양액으로도 작물을 재배할 수 있고,

운동장도 중장비만 있으면 수일 내에 넓은 터로 닦을 수 있지 않은가?


살아있다는 것은 호흡을 하는 것이다.

호흡이란 화학물질이나 빛의 상태인 에너지를 일에 사용하는 것이다.

일을 하는 동안에는 열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추운 날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퇴비더미를 보라,

그리고 그 안에 손을 넣어 보라.

따듯한 온기를 느낄 것이다.

바로 이와 같은 현상이 살아 호흡하는 것이다.

 

토양 역시 그렇다.

토양은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와 같은 가스를 방출한다.

그러나 무기물만 들어있는 땅 속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다행히도 토양에는 미생물이라는 유기 생명체가 들어 있기 때문에

살아 있는 흙이 되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토양에 생명이 깃들게 하는 미생물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 나갈 것이다.                                                                                                                                <한국토양비료학회, 토양과 비료, 2000. 3 게재>

이 카테고리의 글들은 토양 미생물에 대한 시대적 높은 관심 속에 미생물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급적이면 쉽게 풀어 한국토양비료학회 잡지인 “토양과 비료”에 기고한 내용으로 전문용어, 사진, 그림 등의 수정 및 보완을 제외하고는 게재된 원문을 가급적 그대로 옮겼다.

 

 

2-1 미생물이 모습을 드러내다

 

화석에 의해 나이가 30억 년 이상이라 추정되는 미생물은 과학적 지식이 없던 시대에서도 술ㆍ발효식품ㆍ퇴비 제조와 같이 경험적으로 이용되어 왔다. 그러다가 미생물의 관찰 및 배양방법 등의 기술 개발과 더불어 미생물을 이용한 생물 산업이 금세기 들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여기서는 미생물이 어떠한 계기에 의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그 과정이 참으로 흥미로운 역사적 배경과 일치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개발된 기술이 현재도 우리가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의 원리를 알려 주고 있기 때문이다.


 

느낌으로 알았던 미생물

논두렁ㆍ밭두렁 사이에 심어놓은 콩 다 익으면, 콩 딴 후 뿌리 채 뽑아 던져버린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도 뿌리에 묻어있는 흙이 다른 집 텃밭으로 갈 세라 탈탈 털어버린 후에 말입니다.

suhbund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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