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 우뭇가사리가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19세기 중엽 독일에서 파스퇴르와 동시대 사람으로 그와 경쟁자였던 하인리히 헤르만 로베르트 코흐 Heinrich Hermann Robert Koch(1843~1910)가 있었다. 파스퇴르를 미생물 생리 분야의 선구자라 하면 코흐는 미생물 배양기술 분야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당시 코흐는 미생물 분리와 순수배양방법 개발로 미생물학에서 명성을 얻고 있던 시골 의사였다.
그러나 코흐는 순수배양 기술도 주부였던 안젤리나 헤세 Angelina Hesse(1850~1934)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안젤리나 헤세는 코흐의 연구 협력자 중의 한 사람인 왈터 헤세 Walther Hesse(1846~1911)의 아내였다. 안젤리나는 붉은 조류 추출물인 한천으로 젤리를 만들 줄 알았다 <그림>.그러니까 우리나라 음식으로 말하자면 묵을 만들었던 것이다. 한여름 시원한 콩국 안에 들어있는 하얀색의 한천을 생각하면 되겠다.
이를 본 그녀의 남편 왈터 헤세는 이 물질을 이용하여 미생물을 배양하기로 결정하였다. 왜냐하면 미생물을 분리하기 위해서는 고체상태의 배지에 아래 그림처럼 미생물의 군락이 형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군락이 형성되지 않고 물처럼 되면 미생물을 쉽게 다룰 수 없다. 다른 종류의 미생물과 뒤섞여 버리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감자나 젤라틴과 같은 것을 사용하기도 하였지만, 이들 물질은 분리하고자 하는 미생물에 의해 쉽게 분해되어 물처럼 흐느적거려 실험하는데 매우 불편하였다.
한천을 가지고 한 실험 결과는 현재의 미생물 실험과 같이 매우 우수하였다. 한천 배지는 이렇게 하여 탄생되었고 코흐의 명성은 한천의 이용과 함께 높아가기 시작하였다.
붉은 조류란 붉은 우뭇가사리 Gelidium amansii 로 우리나라 인근 해안에 서식하고 있다. 레벤후크나 안젤리나처럼 과학적 지식은 부족하지만 자기 일에 묵묵히 열심히 한 사람들에 의해 위대한 발명이 이루어진 것이다. 우뭇가사리로 만든 한천은 현재의 미생물 실험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천 배지는 맨눈으로 볼 수 없던 미생물을 <그림> 한천 배지상의 미생물 군락처럼 육안으로 볼 수 있게 해 준 중요한 발견이다. 이후 미생물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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