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 미생물과 벗하는 되새김질 동물
정결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에 대한 내용이 레위기에 나온다.
이러한 동물들이 사는 생태계는 먹이사슬에 의해 유지되고 보존된다.
먹이사슬이란 풀은 초식 동물에게,
초식 동물은 육식 동물에게,
동물 사체는 청소 동물에게 먹히고,
모든 동식물의 유체는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을 말한다.
마지막 단계인 미생물에 의한 작용은
다른 생물과는 달리 전방위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먹이사슬 단계에서는 거론되고 있지 않지만
무엇보다 관심을 가져야할 단계이다.
먹이사슬 과정에서 생물들은 다른 생물과 영향을 주고받는데,
특히 다양한 식자재를 사용할 수 있는 인간들은 더욱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미생물과 관련하여 레위기에 나오는 내용은 주로 유해 미생물에 의한 작용이다. 따라서 레위기 11 - 15장에 나오는 부정한 것은 유해한 미생물에 감염되었거나, 오염될 가능성이 있거나, 오염이 재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들이다. 레위기 성경 본문이 제시하는 방법을 식품 위생학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
레위기 11장은 정결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에 대한 내용으로,
먼저 새김질하는 짐승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 동물과 짐승의 사전적 의미(표준국어대사전)
동물
①생물계의 두 갈래 가운데 하나. 현재 100만~120만 종이 알려져 있고 그 가운데 약 80%는 곤충이 차지한다. 원생동물부터 척추동물까지 23개 문(門)으로 분류된다. 주로 유기물을 영양분으로 섭취하며, 운동, 감각, 신경 따위의 기능이 발달하였다. 소화, 배설, 호흡, 순환, 생식 따위의 기관이 분화되어 있다.
②사람을 제외한 길짐승, 날짐승, 물짐승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짐승
①몸에 털이나고 네 발을 가진 동물,
②사람이 아닌 동물을 이르는 말이다.
1. 새김질하는 짐승을 먹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생물은, 서언에서 간략히 설명했듯이
먹이 사슬 안에서 먹고(포식자) 먹히는(피식자) 관계를 형성한다.
현재 우리가 가축으로 사육하는 대부분의 동물은 초식 혹은 잡식 동물이지만,
성경 본문에서 먹을 수 있는 동물은 되새김질 동물(반추 동물)로 제한하고 있다.
▶ 새김질과 되새김질
<새김질>
동물 한번 삼킨 먹이를 다시 게워 내어 씹음. 또는 그런 일. 소나 염소 따위와 같이 소화가 힘든 섬유소가 많이 들어 있는 식물을 먹는 포유류에서 볼 수 있다.(표준국어대사전)
<되새김질>
동물 한번 삼킨 먹이를 다시 게워 내어 씹는 짓.(표준국어대사전)
되새김질 동물은 풀을 먹기 때문에,
인수공통 감염병을 일으키는 병균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육식 동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식물로 이루어진 생태계는 식물과 관계된 미생물들이 주로 살기 때문이다.
▶먹을 수 있는 동물(레위 11,1-8)
1주님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이르셨다.
2“너희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이렇게 일러라.
‘땅 위에 사는 모든 짐승 가운데 너희가 먹을 수 있는 동물은 이런 것들이다.
3짐승 가운데 굽이 갈라지고 그 틈이 벌어져 있으며 새김질하는 것은 모두 너희가 먹을 수 있다.
4그러나 새김질하거나 굽이 갈라졌더라도 이런 것들은 먹어서는 안 된다.
낙타는 새김질은 하지만
굽이 갈라지지 않았으므로 너희에게 부정한 것이다.
5오소리도 새김질은 하지만
굽이 갈라지지 않았으므로 너희에게 부정한 것이다.
6토끼도 새김질은 하지만
굽이 갈라지지 않았으므로 너희에게 부정한 것이다.
7돼지는 굽이 갈라지고 그 틈이 벌어져 있지만
새김질을 하지 않으므로 너희에게 부정한 것이다.
8너희는 이런 짐승의 고기를 먹어서도 안 되고,
그 주검에 몸이 닿아서도 안 된다.
그것들은 너희에게 부정한 것이다.(레위 11,1-8)
육식 동물은 건강한 동물보다는 상대적으로 약한 동물을 잡는다.
병들어 약해진 동물은 병균에 오염되었을 확률도 높다.
육식 동물은 잡은 동물을 곧바로 다 먹지 않고 보관했다가 먹기도 한다.
이러한 생활상 때문에 육식동물은 병균에 오염된 피식 동물의 부위를 먹게 되기도 한다.
청소 동물은 동물의 사체를 먹기 때문에 더욱 비위생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청소 동물이 사는 서식처는 자연스럽게 더욱 더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이들 동물의 몸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오염물질 및 병균 등으로 뒤범벅 된다.
이러한 상태를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동물들을 식재료로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특히 현대와 같은 도축시설이 없었다고 할 수 있는 레위기 이전 성경시대에는
이런 육식성 동물을 잡아 먹고자 맨손으로 잡는 과정에서의 병원균 감염은 피할 수가 없다.
튀기는 피와 살점, 털에 묻어 비산하는 먼지, 씻는 물을 통한 재오염 등등....
문제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짐승을 잡는 장소와 처리 방법의 위생 상태가 중요하지만,
레위기 시대 이전에는 현대와 같은 위생학적 개념이 미흡한 시기였으므로,
레위기를 통해 관습적인 방법에 따라 정결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을 구분하여
현대의 위생학적 개념을 대신하고자 했을 것이다.
"레위기 시대"를 기준으로 하는 이유는
레위기를 통해 정결과 부정에 대한 지침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야외에서 이러한 야생 동물들을 무단으로 잡아 식용으로 하는 경우에는
인수공통 감염 세균은 물론 바이러스성 미생물도 확산될 수 있으므로 주의 해야 한다.
현대에도 의도성 여부를 떠나 이러한 문제점들이 세계적인 유행으로 번지기도 하여,
치명적인 세계사적 사건을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사전에 예방하는 방법이
되새김질하는 초식 동물을 먹는 것이다.
2. 되새김질 동물의 반추위에 서식하는발효 미생물의 역할
① 초식 동물의 소화 작용
초식 동물이 뜯어 먹은 풀이 소화되기 위해서는
풀의 주요 성분인 셀룰로오스의 베타 1-4 글리코시드 결합이 끊어져야(가수분해) 한다.
초식 동물은 풀의 성분인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소화 효소인 셀룰라아제를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일부 초식 동물은 셀룰로오스를 보다 쉽게 소화하는 위와 조력자를 가지고 있다.
② 되새김질에 필요한 발효 미생물
풀을 쉽게 소화할 수 있는 구조의 위를 반추위라 하며,
조력자는 반추위에서 살아가는 미생물이다.
반추 동물은 이들 미생물이 풀을 쉽게 분해할 수 있도록 되새김질을 계속한다.
되새김질 동물은 반추위나 후장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군집에 완전히 의존하게 된다.
반추위에서의 풀의 소화는 반추위에 살고 있는
여러 종의 박테리아(세균), 원생동물, 때로는 효모 및 기타 균류로 구성된 반추위 발효 미생물에 의해 수행된다.
반추 동물의 첫 번째 위인 혹위에는 100-500억 개체의 세균과
1백만 개체의 원생동물은 물론 여러 효모와 진균(곰팡이)이 서식하고 있다.
③ 되새김질 발효 미생물의 작용
반추위 내부의 환경은 절대 또는 조건 혐기성이다.
혐기성이란 산소가 없는 조건을 의미한다.
이 조건에서 셀룰로오스, 헤미셀룰로오스, 전분 및 단백질과 같은
복잡한 식물성 물질이 분해되어 흡수된다.
반추 동물의 위속에서 살아가는 미생물이 효소를 분비하여
풀을 분해 하면 반추 동물은 이 분해산물을 흡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발효 미생물 자체도 많은 양분을 흡수하여 증식하게 된다.
미생물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이 살아가기 위해
효소로 풀을 분해하여 양분을 흡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추 동물은 이들 발효미생물의 분비 산물을 얻을 뿐이다.
④ 소화되는 되새김질 발효 미생물
박테리아(세균)는 반추위에서 발효를 수행하면서
반추동물이 섭취하는 탄소의 약 10%, 인의 60%, 질소의 80%를 소비한다.
이러한 영양소를 회수하기 위해 반추동물은
제4위인 주름위에 있는 이들 세균을 소화한다.
효소 리소자임은 반추 동물의 주름위에서
박테리아의 소화를 촉진하도록 적응되었다.
췌장의 리보뉴클레아제 효소는 반추동물 소장에서
세균의 알엔에이(RNA)를 질소 영양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분해한다.
⑤ 반추위에서의 양분의 순환
초식 동물이 흡수한 풀은
되새김질 과정을 통해 미생물에 의해 분해 되어 미생물이 흡수하고
나머지는 되새김질 동물이 흡수한다.
되새김질에 작용한 미생물은 되새김질 동물이 분비하는 소화 효소에 의해 다시 분해되어
반추 동물에 의해 재 흡수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순환된다.
3. 구약 시대의 동물 분류는 학술적이 아닌 관습적인 방법이다.
야생에 사는 토끼와 오소리는
소, 염소, 양들이 하는 것과 같은 새김질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땅 속에 굴을 파고 산다.
오소리와 돼지는 잡식 동물이다.
돼지는 사람의 음식 재료를 먹기 때문에 식량 비축에 영향을 미친다.
낙타에서 유래한 메르스 바이러스에 의한 피해가 21세기에 나타나기도 했으니,
구약시대의 낙타 식용 금지는 3500여 년을 뛰어넘는 선견지명이 있는 대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새김질 여부에 대해 레위기 성경 시대와 현대의 동물 분류학적 차이가 있지만,
성경 본문에는 부정한 것으로 분류된
토끼, 낙타, 돼지, 오소리 등이 현대에는 식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현대에는 사육 및 도축 그리고 보관 등을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이 정립되고
식품 안전성이 확인되어 식자재로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4. 정결한 짐승을 잡는 방법을 제시하다.
레위기에 소와 염소나 양 등을 잡는 장소와 방법이 명시되어 있는데(레위 4,7.12; 8,17; 16,27),
전례 예식 절차를 따르면서 이러한 위생적 문제점들을 피하기 위한 대책이라 할 수 있다.
공개적인 공식 절차에 따르므로,
당시로는 식품 관리 및 안정성 확보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러한 레위기 시대의 체계가 현대에도 축산물 관리의 근간이 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레위기에 나오는 도축 방법이다.
4황소를 만남의 천막 어귀,
곧 주님 앞으로 끌고 와서,
그 황소의 머리에 손을 얹은 다음,
주님 앞에서 그 황소를 잡는다.(레위 4,4)
레위기에 제시된 도축 부산물 처리 방법이다.
7황소의 나머지 피는 모두 만남의 천막 어귀에 있는 번제 제단 밑바닥에 쏫는다.(레위 4,7)
12황소의 나머지는 모두 진영 밖 깨끗한 곳에 있는,
재를 쌓아 두는 정결한 곳으로 내다가 장작불 위에 올려놓고 태운다.(레위 4,12)
17황소의 나머지,
곧 가죽과 살과 똥은 진영 밖에서 불에 태웠다.(레위 8,17)
27속죄 제물로 바친 황소와 속죄 제물로 바친 숫염소의 나머지는 진영 밖으로 내다가,
그 가죽과 고기와 똥을 불에 태운다.(레위 16,27)
이들 내용을 요약하면 만남의 천막 어귀와 같은
정결하고 [전례적으로] 거룩한 장소에서 잡아 처리하고,
버릴 것은 재를 쌓아 둔 청결한 곳으로 내다가,
장작불 위에 올려놓고 태운다는 것이다.
태우는 것은 고금 동서로 가장 기본적인 방역 대책 방법이기도 하지만,
태우고 남은 재는 정화의 물(민수 19,1-22)로 사용하였는데,
정화 예식을 떠나서,
잿물에는 세정 및 살균 효과가 있다.
17이렇게 부정하게 된 이를 위해서,
속죄 제물이 타고 남은 재를 얼마쯤 그릇에 담고 그 위에 생수를 붓는다.(민수 19,17)
레위기에서 “새김질하는 것은 먹을 수 있다."(레위 11,3)라고 하신 하느님 말씀은
식품 오염원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라는 하느님의 1차 방어선 구축 명령이시다.
오염 방지 1차 방어선은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음식을 먹어라" 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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