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에 대한 사랑
본문에 나오는 "원수"를 단어로만 읽으면
의미의 심각성이 잘 드러나지 않으므로 원수의 정의를 살펴본다.
원수란 "원한이 맺힐 정도로 자기에게 해를 끼친 사람이나 집단"이므로,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 즉 원수에 대한 사랑(love of enemy)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원수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
사랑에 대한 의미를 정확히 알고 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랑이라는 개념으로는
예수님의 말씀을 정확히 이해하고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에 대한 표준국어대사전이 내린 정의에는 여섯 가지가 있다.
①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②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거나 즐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③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 또는 그런 일.
④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
⑤성적인 매력에 이끌리는 마음. 또는 그런 일.
⑥ 열렬히 좋아하는 대상.
이러한 복잡한 성격을 지닌 사랑을
아가페적 사랑과 에로스적 사랑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아가페 agape는 단어 자체가 "종교적인 무조건적 사랑.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나 자기를 희생함으로써 실현되는,
인간의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이르므로,
사랑에 대한 정의 ① ② ③의 특성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에로스 Eros는 "본능이나 자기 보존 본능을 포함한 생의 본능"을 의미하므로,
에로스적 사랑은 ④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
⑤성적인 매력에 이끌리는 마음. 또는 그런 일로 정의되는 사랑을 말하므로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남녀 간의 로맨스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본문의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은
전형적인 아가페적 사랑이다.
물론 이 본문뿐만 아니라
성경에서 하느님과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모든 사랑이 여기에 속한다.
인간이 어찌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어찌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가장 큰 계명인 사랑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사랑의 반대말은
"한쪽은 미워하고 다른 쪽은 사랑하며,"(마태 6,24)라는 말씀에서 보듯이 미움이다.
그렇다면 사랑이 어려우면 일단은 미워하지 말자.
미움은 "모양, 생김새, 행동거지 따위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눈에 거슬리는 느낌(표준국어대사전)"이므로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을 하나하나 털어나가면 미움은 사라지고 아가페적 사랑이 생길 것이다.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 사랑과 미움도 일방적이 아닌 쌍방적인 관계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마태 7,12)
이 말씀을 뒤집어 보면
남이 너에게 하지 말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도 남에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남들이 나를 미워해주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남들을 미워해서는 안될 것이다.
남들이 나를 사랑해 주기를 바란다면 내가 먼저 남들을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움은 없어지고 결국 사랑만이 남을 것이다.
이런 사랑이 어찌 눈만 마주쳐도 불꽃이 튀어 오르는 에로스적인 사랑이겠는가?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사랑 즉 아가페인 것이다.
신앙인들도 종종 아가페와 에로스를 혼동, 아니 슬며시 섞어서 사용한다.
이는 하느님의 말씀의 참된 뜻인 정의를 이해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당신께서 거룩하니 너희들도 거룩하라고 말씀하신다.
성자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모든 것이 바로 거룩한 아가페적 사랑이다.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사람으로부터 세례를 받으시고,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온 유다를 걸어 다니시며 말씀을 선포하시고,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성자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 참형을 당하심이,
당신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신,
자기를 희생하며 실현하는 아가페적 사랑을 직접 실천하신 것이다.
원수 같은 이웃이라도 미워하지 않으면,
사랑의 향기가 마음 한편에서 미약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할 터이니,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시는
거룩한 사랑의 잔향이나마 맡게 될 것이다.
이런 사랑의 잔향이 쌓이고 쌓이면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나 자신이 거룩해지고 이웃도 거룩하게 되어
결국에는 사랑이 넘치는 거룩한 공동체가 될 것이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다.
"바로 아버지께서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내가 하느님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요한 16,27)
이렇듯 모든 사랑은 하느님에게서 나오니
참된 사랑의 의미를 알려면, 신앙인은 거룩한 사람이 되도록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하느님을 사랑하여야 한다".(마르 12,30)
마태오 복음
원수를 사랑하여라(마태 5,43-48)
“‘네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네 원수는 미워해야 한다.’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마태 5,43) [5:43] 레위 19,18.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마태 5,44)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마태 5,45)
사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그것은 세리들도 하지 않느냐?(마태 5,46)
그리고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한다면,
너희가 남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그런 것은 다른 민족 사람들도 하지 않느냐?(마태 5,47)
그러므로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8) [5:48] 레위 11,44; 19,2; 신명 18,13; 야고 1,4; 1베드 1,16; 1요한 3.3.
주석
[5,43-48] 주석: 원수를 사랑하여라
[5,43-48] <참조> 레위 19, 18. 누군가의 적에 대한 증오를 요구하는 구약 계명은 없지만, 사랑의 계명의 “이웃”은 누군가의 동향인이라고 이해되었다. 구약(시편 139,19-22)과 쿰란(1QS 9, 21)에서 사악한 자들에 대한 증오는 당연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예수님은 사랑의 계명을 적과 박해자들까지 확장하신다. 하느님의 아이들로서 당신의 제자들은 그들의 아버지의 사례를 본떠야 했는데, 아버지는 선인과 악인 모두에게 해와 비라는 당신의 선물들을 승낙하신다.
18너희는 동포에게 앙갚음하거나 앙심을 품어서는 안 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나는 주님이다.(레위 19,18)
19오, 하느님, 당신께서 죄인을 죽이신다면!
피에 주린 사내들아, 내게서 물러가라!
20이들은 당신을 두고 음흉하게 이야기하며 사악하게 당신을 거슬러 일어섭니다.
21주님, 당신을 미워하는 자들을 제가 미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당신을 거역하는 자들을 제가 업신여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22더할 수 없는 미움으로 그들을 미워합니다.
그들은 저에게 원수가 되었습니다.(시편 139,19-22)
[5,46] 주석: 세리들
[5,46] 세리들: 통행료와 관세와 같은 간접세들의 수금에 종사했던 유다인들. <참조> 마르 2,14에 관한 주석.
[5,47] 주석: 보다 잘하는 것
[5,47] 예수님의 제자들은 단순히 일반적인 행동 규범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마태 5,47에서 “..보다 잘하는”으로 번역된 unusual에 해당하는 그리스어 perisseuō와
마태 5,20에서 "능가하지" 로 번역된 surpass의 그리스어 perisson가 어원이 같은 (periss-) 동족어라는 것을 참조하라.(RNAB 주석)
47....너희가 남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마태 5,47)
47what is unusual about that?(마태 5,47 RNAB).
20...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마태 5,20)
20 unless your righteousness surpasses that of the scribes and Pharisees, .....(마태 5,20 RNAB)
☞ 어원이 같은 그리스어(periss-)가 unusal 과 surpass로 각기 달리 번역되었지만, 예수님께서는 항상 제자들이 남보다 잘하여 그들을 능가아여야 한다는 취지로 말씀을 하신다는 설명이다.
[5,48] 주석: 완전한
[5,48] 완전한: 복음들 가운데서 이 단어는 오직 마태오에만 나오는데, 이곳과 마태 19, 21이다. 루카 복음의 유사절(루카 6,36)은 제자들이 자비로워야 함을 요구한다.(RNAB 주석)
☞ 마태오는 다른 복음과는 달리 제자들에게 보다 강력하고 철저한 행동을 요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21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마태 19,21)
36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
인용 본문
[5:43] 레위 19,18.
18너희는 동포에게 앙갚음하거나 앙심을 품어서는 안 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나는 주님이다.(레위 19,18)
[5:48] 레위 11,44; 19,2; 신명 18,13; 야고 1,4; 1베드 1,16; 1요한 3.3.
44나는 주 너희 하느님이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자신을 거룩하게 하여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무엇이든 땅에서 우글거리며 기어 다니는 것으로 너희 자신을 부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레위 11,44)
2“너는 이스라엘 자손들의 온 공동체에게 일러라.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여라.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9,2)
13너희는 주 너희 하느님께 흠이 없어야 한다.(신명 18,13)
4그 인내가 완전한 효력을 내도록 하십시오.
그리하면 모든 면에서 모자람 없이 완전하고 온전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야고 1,4)
16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1베드 1,16)
3그분께 이러한 희망을 두는 사람은 모두,
그리스도께서 순결하신 것처럼 자신도 순결하게 합니다.(1요한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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