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심판하지 마라
판관기의 판관들이 하듯 드러난 행실의 잘못에 대한 법에 따른 심판은 있으나
여기에 나오는 심판하지 말라는 말씀은 자신의 주제를 망각하고
오만한 마음으로 남을 재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하느님처럼 사람이 사람을 심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심판을 살펴보면
구약에서는 이집트 민족을 심판하겠다(창세 15,14)는 하느님의 말씀으로,
신약에서는 남을 심판하지 말라는(마태 7,1) 예수님의 말씀으로 시작하니,
구약과 신약이 사뭇 다른 것 같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하느님의 뜻은 항상 같다.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이 과거에 저지른 일에 대해 심판하실 뿐만아니라
먼 미래에 발생할 일에 대한 심판도 미리 준비하신다.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이집트에 대해 하신 말씀이다.
"네 후손이 종이 되어 섬길 민족을 나는 심판하겠다".(창세 15,14)
"그러므로 너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말하여라.
‘나는 주님이다. 나는 이집트의 강제 노동에서 너희를 빼내고,
그 종살이에서 너희를 구해 내겠다.
팔을 뻗어 큰 심판을 내려서 너희를 구원하겠다."(탈출 6,6)
하느님께서 이집트를 심판하시려는 이유는
하느님에 대한 이집트의 불순종을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이집트 파라오의 우상 숭배와 재앙을 유발한 탈출과정에서의 하느님에 대한 거짓말은
하느님의 거룩하심을 모독한 것임이 자명하다.
이처럼 하느님께서 심판하시는 것은
당신께서 가르치신 계명을 어기어 하느님의 거룩하심을 모독하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약속의 땅에 정착한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말씀하시니,
판관 엘리에 대한 질책과 심판이다.
"나는 엘리에게, 그의 죄악 때문에 그 집안을 영원히 심판하겠다고 일러 주었다.
그 죄악이란,
엘리가 자기 아들들이 하느님을 모독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을 책망하지 않은 것이다."(1사무 3,13)
하느님께서는 이민족에 대해서도 말씀하시니
"이민족의 우상들도 심판을 받을 것이다.
그것들이 하느님의 창조물 사이에서 역겨운 것이 되고 사람들의 영혼에 올가미가,
어리석은 이들의 발에 덫이 되었기 때문이다."(지혜 14,11)
구약의 마지막 예언서인 말라키서는
심판받을 대상을 보다 직설적으로 말한다.
"나는 심판하러 너희에게 다가가리라.
나는 주술사와 간음하는 자,
거짓 맹세하는 자,
품팔이꾼의 품삯을 떼어먹고 과부와 고아를 억압하는 자,
이방인을 밀쳐 내는 자, 나를 경외하지 않는 자들을 거슬러 곧바로 증인이 되리라.
─ 만군의 주님께서 말씀하신다."(말라 3,5)
아시리아 임금 산헤립이 저지른 신성 모독 죄와(토빗 1,18) 같은 이런 것들과는 달리
하느님의 거룩하심을 더럽히지 않고,
사람으로서 지켜야할 도리를 지키는 거룩한 신앙인들은
정의에 바탕을 두고 있는 하느님의 심판에 대해
“주님, 당신께서는 의로우십니다.
당신께서 하신 일은 모두 의롭고
당신의 길은 다 자비와 진리입니다.
당신은 이 세상을 심판하시는 분이십니다."(토빗 3,2)
"그분께서 누리를 의롭게 심판하시고 겨레들을 올바로 다스리시네."(시편 9,9)
"사람들이 말하리라. 과연 의인에게는 결실이 있구나.
과연 세상에는 심판하시는 하느님께서 계시는구나.”(시편 58,12)라고
마음 깊이 하느님에 대한 찬양과 찬미의 노래를 부를 것이다.
아무튼 "율법을 모르고 죄지은 자들은 누구나 율법과 관계없이 멸망하고,
율법을 알고 죄지은 자들은 누구나 율법에 따라 심판을 받을 것"(로마 2,12) 이니
남을 판단할 위치에 있다고 해서 오만한 마음으로 그릇되게,
남을 심판하지 말아야 할(마태 7,1ㄱ) 것이다.
특히 신앙으로 형성되는 공동체는
서로의 신뢰와 믿음이라는 공통 분모의 조건 안에서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조그마한 잘못 혹은 오해가 큰 문제로 비화할 수 있으니
상대방의 흠을 심판하기 보다는 배려하고 바르게 인도하여 거룩한 공동체가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하느님께서도 그러한 인간의 부족함을 잘 알고 계시기에 자비를 베푸시지만,
당신께서는 자비가 크신 만큼 질책도 많이 하심을(집회 16,12ㄱ) 알아야 할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의로우시고 올바로 다스리시므로
항상 자신을 성찰하고 지은 죄가 있으면 참회하고 자비를 청해야 할 것이다.
진리를 믿지 않고 불의를 좋아하는 자들은 모두 심판을 받지만(2테살 2,12),
하느님께서는 "조금씩 심판하시어 저들에게 회개할 기회를 주시니," (지혜 12,10)
심판이 닥치기 전에 자신을 성찰하여
셈 바칠 때에 용서를 받도록(집회 18,20)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신앙인들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각자의 행실대로 심판하시는 분을 아버지라 부르고(1베드 1,17ㄱ),
성령께서는 죄와 의로움과 심판에 관한 세상의 그릇된 생각을 밝히시고(요한 16,8)
아드님께서는 심판이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러 오셨음을(요한 12,.47) 알고 있으니,
나그네살이를 하는 동안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지내야 할 것이다(베드 1,17ㄴ).
마태오 복음
남을 심판하지 마라(마태 7,1-5)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받지 않는다.(마태 7,1) [7:1] 로마 2,1–2; 1코린 4,5.
너희가 심판하는 그대로 너희도 심판받고,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받을 것이다.(마태 7,2) [7:2] 지혜 12,22; 마르 4,24.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마태 7,3)
네 눈 속에는 들보가 있는데,
어떻게 형제에게 ‘가만, 네 눈에서 티를 빼내 주겠다.’ 하고 말할 수 있느냐?(마태 7,4)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뚜렷이 보고 형제의 눈에서 티를 빼낼 수 있을 것이다.”(마태 7,5) [7:1–5] 루카 6,37–38.41–42.
주석
[7,5] 주석: 위선자
[7,5] 위선자: 앞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에게 주어졌던 명칭(위선자)이 여기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과실을 걱정하고 자신의 더욱 심각한 범죄를 무시하는 그리스도의 제자에게 주어지고 있다.
인용 본문
[7:1] 로마 2,1–2; 1코린 4,5.
1그러므로 아, 남을 심판하는 사람이여, 그대가 누구든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남을 심판하면서 똑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으니, 남을 심판하는 바로 그것으로 자신을 단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우리는 그러한 짓을 저지르는 자들에게 내리는 하느님의 심판이 진리에 따른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로마 2,1-2)
5그러므로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미리 심판하지 마십시오. 그분께서 어둠 속에 숨겨진 것을 밝히시고 마음속 생각을 드러내실 것입니다. 그때에 저마다 하느님께 칭찬을 받을 것입니다.(1코린 4,5)
[7:2] 지혜 12,22; 마르 4,24.
22저희는 그냥 벌하시지만 저희의 원수들은 만 번을 더 채찍질하시니 저희가 남을 심판할 때에는 당신의 선하심을 잘 생각하고 심판을 받을 때에는 자비를 기대하라는 것입니다.(지혜 12,22)
24예수님께서 다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새겨들어라. 너희가 되어서 주는 만큼 되어서 받고 거기에 더 보태어 받을 것이다.(마르 4,24)
[7:1–5] 루카 6,37–38.41–42.
37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38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41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42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루카 6,37-38.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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