룻의 회개: 예수님께로 이어지는 메시아 혈통의 조상
유다의 아들 페레츠의 5대 손인 살몬은
이스라엘이 요르단강을 건너기 전에 예리코를 정탐하였던 젊은이였다.
이 살몬은 창녀 라합(마태 1,5)에게서 보아즈를 낳았으며,
보아즈는 나오미의 며느리였던 모압 여자 룻을 통해 오벳을 낳았다.
오벳의 아들인 이사이가 다윗을 낳았으니
다윗의 계보는 가나안의 창녀와 모압 여자의 피를 물려 받은 혈통이다.
예수님은 다윗의 계보이므로 세속적인 관점에서
라합과 룻은 예수님께로 이어지는 메시아 혈통의 조상이 된다(마태 1,5).
이러한 관점에서 룻기의 내용은
인류에 대한 하느님의 보편적 관심과 자비라는 주장이 빛을 발하기 때문에,
룻의 회개와 관련된 룻기의 연대기 및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면
하느님의 뜻을 보다 가깝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룻의 생애 관련 연대표
I. 룻기에 대한 연대기적 이해
1. 룻기의 연대 추정
룻기 저술 시기는 대체적으로 군주제 초기 또는 바빌론 유배 후기라고 한다(참조 ☞ RNAB 룻기 서언).
정확한 집필 연대는 논외로 하더라도,
룻기는 여호수아기 시대 이후 판관들이 다스리던 판관기 시대(룻기 1,1)라고 밝히고 있다.
▶룻기 연대 추정 근거: 살몬과 라합의 아들 보아즈, 모압으로의 이주
룻기에 등장하는 유다 자손은 보아즈인데,
그는 살몬과 라합의 아들이다.
살몬은 BC 1406년 요르단 강을 건너기 전에 가나안 정복을 위해 파견된 정탐병이며
라합은 첫 공격 대상지인 예리코에 살던 창녀이다.
따라서 룻과 보아즈의 생존 시기는 판관기 초기로 좁힐 수 있다.
다음으로 고려할 수 있는 시대 상황은 나오미 가족의 모압으로 이주이다.
이들이 모압으로 들어간 이유는 가뭄에 따른 기근이다.
탈출기는 이스라엘이 시련을 겪는 이유가
하느님 말씀의 거역에 대한 징벌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앞에서 설명한 추론에 따라 탈출기 초반에 발생한 모압과 관련된 억압은
모압 임금 에글론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룻기는 모압의 압제로부터 해방된 판관 에훗 시대라 특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추정 연대는 역사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룻기가 판관들이 살았던 시기이고,
보아즈가 살몬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일견 이해할 수 있는 성경의 고고학적 추론의 결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 나오미와 룻의 행로
▶ 룻기 저술 연대에 대한 주석
룻기 저술 연대는 논쟁이 여지가 있다. 많은 학자들은 연대가 군주제 초기라 하는데,
이 연대에 대해 여러 타당한 논거들이 제시될 수 있다.
한편 에즈라 및 느헤미야서의 모압인 및 다른 비유대인의 혼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결부시켜(에즈 9-10; 느헤 13,23-29)
다윗의 증조 할머니인 모압 여인에 대한 호의적인 바빌론 유배 이후라는 이견도 있다.(RNAB 주석, 룻기 서언)
여기서는 군주제 초기 특히 솔로몬 시대라는 의견에 무게를 싣는다.
23 그때에 나는 또 아스돗, 암몬, 모압 여자들과 혼인한 유다인들을 보았다.
24 그 자녀들의 절반이 아스돗 말을 하는데,
유다 말은 할 줄도 모르는 채 이 민족 저 민족 말을 하였다.
25 나는 그들을 꾸짖고 저주하였으며,
그 사람들 가운데 몇몇을 때리기도 하고 머리털을 뽑기도 하였다.
그러고 나서 하느님을 두고 맹세하게 하였다.
“당신들은 이방인의 아들에게 딸을 주어서는 안 되오.
그들의 딸을 아들이나 자기의 아내로 데려와서도 안 되오.
26 이스라엘 임금 솔로몬이 죄를 지은 것도 바로 그런 여자들 때문이 아니오?
수많은 민족들 가운데 그만한 임금이 없었소.
그는 자기의 하느님께 사랑을 받았고,
하느님께서는 그를 온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세우셨소.
그러한 그를 이민족 여자들이 죄짓게 한 것이오.
27 그런데 우리도 당신네 말을 듣고,
이민족 여자들과 혼인하여 이렇게 큰 악을 저지르며 우리 하느님을 배신하라는 말이오?”
28 엘야십 대사제의 아들 요야다의 아들들 가운데 하나가 호론 사람 산발랏의 사위였다.
그래서 나는 그를 내게서 멀리 쫓아 버렸다.
29 “저의 하느님, 사제직뿐만 아니라 사제들과 레위인들의 계약을 더럽힌 저들을 기억하십시오.”(느헤 13,23-29)
2. 룻과 나오미가 베들레헴으로 돌아올 때의 나이 추정
나오미가 베들레헴으로 돌아온 시기는,
그녀의 아들들이 혼인하기 전 어느 때에 모압으로 들어가 십 년 정도 살았다는 점(룻기 1)과
남편을 맞이하기에는 너무 늙었다(룻기 1,12)는 나오미의 말 등을 고려하면,
그녀는 오십 대(45-60살) 전후로 추정할 수 있다.
한편 룻의 나이는
"네가 가난뱅이든 부자든 젊은이들을 쫓아가지 않았다"(룻기 3,4)는
보아즈의 말과 "모압 출신의 젊은 여자"(룻기 2,6)라는 설명처럼
그녀는 아마 이십 대(20-25살) 정도였을 것이다.
3. 보아즈의 아들 오벳의 출생시기 추정
보아즈의 아들인 오벳의 출생시기는 성경 본문에 나와 있지 않다.
따라서 오벳의 출생 연도는 룻기와 마찬가지로 상황 분석에 따른 유사 추론이지만,
해당 기간의 세대(generation) 수를 이용하면 대략적인 연대를 추정할 수 있다.
▶보아즈의 아들 오벳의 출생시기 추정 방법
① 살몬부터 다윗까지는 4세대이다.
BC 1406년 예리코 정탐시 살몬은 젊었으므로 그의 나이를 25세 정도로 설정하면,
그의 출생 연도는 고고학적 성경연대로 BC 1431년이고,
다윗의 출생은 BC 1040년이므로 살몬 출생부터 다윗 출생까지 기간은 391년으로,
세대 간 평균 나이는 [(1431-1040)/4≒] 97살이 된다.
② 아브라함부터 다윗까지 14세대라는 본문(마태 1,17)을 인용하면,
아브라함의 출생은 고고학적 성경 연대로 BC 2166년이고 다윗의 출생은 BC 1040년이므로 이 기간은 1126년이 된다.
이 기간의 인물 수가 아브라함부터 다윗까지 14명이므로 13세대에 해당한다.
따라서 세대 간 나이는 [(2166-1040)/13≒] 87년이 된다.
이러한 계산에 따르면 룻기와 관련된 기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들의 선조들처럼 장수하였음을 확인 할 수 있다.
한편 오벳 출생시 룻의 나이가 많았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 룻의 나이 추정 방법
① 먼저 나오미의 나이가 많았다는 점이다.
그녀는 며느리들에게 "가거라 남편을 맞이하기에는 내가 너무 늙지 않았느냐?"(룻기 1,12)라고 말했다.
② 다음으로 룻과 관련된 본문을 살펴보면,
"보아즈가 룻을 맞이하여 룻은 그의 아내가 되었다.
그가 룻과 한자리에 드니,
주님께서 점지해 주시어 룻이 아들을 낳았다"(룻기 4,13)고 말한다.
여기에서 "점지해주시어"는 태를 열어 임신할 수[conceive] 있게 해주셨다는 의미이다.
③ 그리고 아낙네들이 나오미에게 "그대의 노후를 돌보아 줄 것입니다"(룻기 4,15)라고 나오미의 나이와 관련된 말을 했다.
따라서 오벳을 낳았을 때의 룻은 90살 정도,
오벳을 받아든 나오미는 120살 정도로
룻과 나오미의 나이가 상당히 많았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하느님께서 나이든 사라가 이사악을 잉태할 수 있게 하여 주셨듯이(창세 18,13-14),
다윗과 예수 그리스도로 이어지는 계보를 세우실 때도
이러한 하느님의 섭리가 당연히 작용했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 주님께서 태를 열어주시다
31주님께서는 레아가 사랑받지 못하는 것을 보시고, 그의 태를 열어 주셨다. 그러나 라헬은 임신하지 못하는 몸이었다.(창세 29,31)
22그 뒤에 하느님께서 라헬을 기억하셨다. 하느님께서는 그의 청을 들어 주셔서 그의 태를 열어 주셨다.(창세 30,22)
5그러나 한나에게는 한몫밖에 줄 수 없었다. 엘카나는 한나를 사랑하였지만 주님께서 그의 태를 닫아 놓으셨기 때문이다.(1사무 1,5)
II. 룻기의 시대적 의미
나오미 가족은 베들레헴에 자신들의 소유지가 있었지만(룻기 4,9),
하느님께서 주신 약속의 땅을 버리고 이민족의 땅인 모압으로 떠난다.
나오미의 남편인 엘리멜렉이 주도했을 것이다.
믿음이 부족한 엘리멜렉은 르우벤 지파가 그쪽 인근에 살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엘리멜렉이 먼저 죽고,
그의 두 아들 마흘론과 킬욘이 모압 여자들과 혼인한 후 자손을 남기지 못하고 죽는다.
그들이 거기에서 십 년쯤 살았다고 하니,
아버지와 두 아들의 죽음은 "주님의 손에 얻어맞았다."(룻기 1,13)는 나오미의 말처럼
돌발적인 상황에서 발생했다고 할 수 있겠다.
당시 시대 상황은 이스라엘을 억압하던 모압의 임금 에글론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 시기라 할 수 있다.(판관 3,13-14)
▶룻의 생애 관련 연대표 참조(모압 임금 에글론)
따라서 모압으로 이주한 엘리멜렉은 이방인으로서의 본인의 입지 때문에,
그의 아들들은 모압 여자 아내들의 권유로 용병이 되어 전투에 참여하다 죽었을 것이다.
13 에글론은 암몬과 아말렉의 자손들을 모아 진군해 와서, 이스라엘을 치고 ‘야자나무 성읍’을 차지하였다. 14 그리하여 이스라엘 자손들이 열여덟 해 동안 모압 임금 에글론을 섬겼다.(판관 3,13-14)
III. 룻의 회개
베들레헴으로 돌아올 때,
룻은 오르파와 달리 시어머니 나오미를 따라 나선다.
이는 모압의 몰락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겠지만,
이민족 땅에서 남편 없이
여자 홀로 살아가기란 만만치 않음을 알고 있는 룻의 믿음에 대한
마음 가짐이 더욱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나오미의 며느리인 룻 Ruth은 아브라함의 조카 롯 Lot의 후손들이라는 의미에서
어느 정도 혈통적 관계는 있지만,
혐오스러운 우상인 크모스를 숭배하고
모세의 율법에서도 금지한 이민족 여인이다.
그런데도 룻은 어린 시절 보고 배웠던 우상과 관련된 세속적 풍습과 관습을 버리고
나오미와 함께 유다 땅 베들레헴으로 들어온다.
이는 룻이 자신의 민족이 가지고 있는 토속적 우상 숭배를 버리고
하느님 품으로 들어오는 참된 회개를 의미한다.
룻의 회개는 시어머니 나오미에게 한 말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룻의 회개
“어머님을 두고 돌아가라고 저를 다그치지 마십시오.
어머님 가시는 곳으로 저도 가고
어머님 머무시는 곳에 저도 머물렵니다.
어머님의 겨레가 저의 겨레요
어머님의 하느님이 제 하느님이십니다.
어머님께서 숨을 거두시는 곳에서 저도 죽어
거기에 묻히렵니다.
주님께 맹세하건대
오직 죽음만이 저와 어머님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습니다.”(룻기 1,16-17)
우리는 룻의 말 속에서 나오미의 믿음도 읽을 수 있다.
룻의 시어머니인 나오미가 비록 지아비를 따라 이민족의 땅 모압으로 갔지만,
나오미의 하느님에 대한 믿음은
모압 여인인 룻의 마음을 움직일 정도로 강한 신앙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오미가 "주님의 손에 얻어맞았다"(룻기 1,13)고 한 것은
그들이 하느님의 뜻에 반한 행동을 했음을 그녀가 확실히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느님 말씀에 어긋난 행동은
이주를 주도한 가장인 엘리멜렉과
그를 추종한 두 아들의 죽음을 가져오기는 했지만,
모압 여인인 룻을 하느님께로 인도한 나오미의 신앙심은
나오미로 하여금 다시 약속의 땅으로 돌아오게 하신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받을 수 있게 하였다.
하느님 품으로 돌아온 나오미와 룻은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하느님의 뜻에 의해 이스라엘 민족 및 성경사에 굵은 획을 긋게 된다.
IV. 그리스도 탄생으로 이어지는 룻의 믿음과 실천
룻의 충절(2,11)과 관대한 마음씨(1,15–17; 2,2.7)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를 통해
자신의 이익보다는 믿음에 대한 위험도 불사하려는 그녀에게서
하느님의 숨은 역사가 드러난다.
룻기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하느님의 충실한 공동체에 참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의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충성심을 묘사한다.
룻의 믿음과 실천은
관습적 율법이 아닌 하느님의 자비로
율법이 목적으로 하는
믿음의 공동체에 합류하게 되는 정형을 보여준다.
룻의 이러한 믿음과 실천은
그녀로 하여금 그리스도 탄생으로 이어지는
하느님의 사업에 동참하는 거룩한 은총을 받게 된다
▶룻의 마음을 읽게 하는 본문
11 “네 남편이 죽은 다음 네가 시어머니에게 한 일과
또 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네 고향을 떠나
전에는 알지도 못하던 겨레에게 온 것을 내가 다 잘 들었다.(룻 2,11)
15 나오미가 말하였다.
“보아라, 네 동서는 제 겨레와 신들에게로 돌아갔다.
너도 네 동서를 따라 돌아가거라.”
16 그러자 룻이 말하였다.
“어머님을 두고 돌아가라고 저를 다그치지 마십시오.
어머님 가시는 곳으로 저도 가고 어머님 머무시는 곳에 저도 머물렵니다.
어머님의 겨레가 저의 겨레요 어머님의 하느님이 제 하느님이십니다.
17 어머님께서 숨을 거두시는 곳에서 저도 죽어 거기에 묻히렵니다.
주님께 맹세하건대 오직 죽음만이 저와 어머님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습니다.”(룻 2,15-17)
2 모압 여자 룻이 나오미에게 말하였다.
“들로 나가, 저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는 사람 뒤에서 이삭을 주울까 합니다.”
나오미가 룻에게 “그래 가거라, 내 딸아.” 하고 말하였다.
7 ‘수확꾼들 뒤를 따라가며 보릿단 사이에서 이삭을 주워 모으게 해 주십시오.’ 하고 간청하더군요.
이렇게 와서는 아침부터 지금까지 계속하는데 조금밖에는 쉬지 않습니다.”(룻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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