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서/룻기

룻의 혼인에 비친 하느님의 자비

좋은생각으로 2022. 5. 28. 15:57

 

룻기

룻기는 모든 인류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푸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보여주는 본문이다.

그러면서도 하느님의 충실한 백성의 공동체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노력과 행동이 필요함을 드러낸다.

룻기가 모세 율법에서 금지한 혼인 이야기를 하면서 자주 “모압 사람”을 언급하기 때문에

이스라엘 민족의 정체성에 대한 변명과도 같은 말로 들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룻기는 다원화되어 가는 사회에서

이 본문을 읽는 사람들에게 구원의 포용과 보편성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면서

하느님께로 초대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 룻기가 시사하는 의미는 사뭇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 

 

1. 룻의 혼인으로 드러내시는 하느님의 뜻 

룻기는 이민족간의 혼인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 민족에게 적용되던 혼인 규정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모세의 율법에 따르면 이스라엘 자손들은 가나안 땅에 살던 이민족은 물론

모압과 암몬 심지어는 에돔과의 혼인에도 제약을 두고 있다(신명 7,3;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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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의 가족이 모압으로 들어간 후,

모세의 율법이 금한 모압 여자들과 아들들이 혼인했는데,

나오미가 모압에서 베들레헴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녀의 며느리인 룻과 보아즈 사이의 이민족 간의 혼인 이야기가 나온다.

룻이 하루는 호의를 베풀어 주는 사람 뒤에서 이삭을 줍기 위해 나가겠다고 나오미에게  말한다.

나오미에게는 남편인 엘리멜렉의 가문으로 재산가인 보아즈가 있었는데,  

이때 룻이 우연히 엘리멜렉 가문의 보아즈의 밭에 이르게 된다.

마침 베들레헴 시내에서 수확하는 밭으로 나온 보아즈와 룻이 만나게 된다.

보리와 밀 수확 기간에 벌어진 두 사람 간의 만남은 율법을 뛰어넘는 혼인으로 이어진다.

 

우연과 우연이 겹치는 가슴 뭉클한 한편의 극적인 장면이지만,

율법을 두 번이나 위반한 사건이 성경에 실리게 된 이유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혼인은 당사자들만의 사적 관계로 국한되지 않고

당시 이스라엘 민족뿐만 아니라

현대의 다원화되어 가고 있는 사회에도 선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율법을 거스르시면서까지 룻기를 통해 전하시려는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본다.   

2. 다윗의 계보에 흐르는 이민족의 유전자

다윗은 유다 지파에 속한다.

유다의 자손들의 계보를 살펴보면,

유다의 아들 페레츠는 헤츠론을 낳고,

헤츠론은 람을 낳았으며 람은 암미나답을 낳았다.

암미나답은 나흐손을 낳고 나흐손은 살마를 낳았으며,

살몬은 라합을 통해 보아즈를 낳고 보아즈는 룻을 통해 오벳을 낳았다.

오벳은 이사이를 낳고 이사이는 다윗을 낳게(룻기 4,18-22)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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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자손 가운데 살몬과 보아즈는 모세 율법이 금하는 혼인을 한다.

룻기에 나오는 보아즈는 살몬과 예리코의 창녀 라합의 아들이며,

오벳은 보아즈와 모압 여자 룻과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다.

 

이들의 피 속에는 모세의 율법이 금지하는 유전자가 흐르고 있지만,

다윗을 포함한 유다의 자손들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성경은 아브라함부터 예수 그리스도까지 사십이 대라고 밝히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세속적 신원을 밝히고 있어(마태 1,16),

인위적으로 구분되었던 민족들 간의 벽이 무너져 하느님의 뜻에 의해 하나로 되었다(요한 11,52; 17,11).   

 

이민족과의 혼인 이야기인 룻기도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비록 룻기가 저술 당시에는 다윗의 계보에 흐르는 이민족 유전자에 대한 변명적 서술이라 하더라도,

하느님 뜻과 말씀이 현시대에 성경을 통해 더욱 명확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유다의 자손 계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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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자손인 살몬, 보아즈, 오벳, 이사이, 다윗

3. 하느님은 모든 사람이 거룩하게 되길 바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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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너희는 나에게 사제들의 나라가 되고 거룩한 민족이 될 것이다."(탈출 19,6)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이스라엘 민족이 거룩하게 되려면

당시 가나안 땅에 살고 있던 아모리족 등이 하고 있는 행태를 하지 말아야 했다. 

그들의 행위는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선하고 거룩한 사람들에게는 범접하기 어려운 악행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악행은 열두 가지 저주(신명 27,14-26)로 신명기에 명시되어 있다. 

 

거룩한 삶이란 이러한 죄악들을 범하는 이민족들의 삶과는 달리,

하느님을 믿고  말씀에 따라 실천해야 함을 의미한다.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거룩한 민족의 공동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아모리족의 죄악이 아직 다 차지 않았기 때문에

이집트로 가더라도 사 대째가 되어야만 이스라엘 민족이 돌아 올 수 있다고(창세 15,16) 말씀하신다.

이는 아모리족 등 가나안 민족들이 그들의 죄악을 떨쳐내 버리고

반성하고 회개하여 하느님께 돌아온다면

하느님의 벌이 그들에게 가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따라서 가나안에 사는 민족들 뿐만 아니라

모든 이방인들이 회개하면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의 뜻에 부합하는 삶을 실천해야 한다.

이런 모습은 여호수아기에서 보인 라합이나 룻기에 나오는 룻의 삶 속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4. 이민족 여인들이 믿음과 실천으로 의롭게 되다.  

완전 봉헌물의 대상이 되었던 이민족들 가운데에서도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인 사람들이 있다.

소수의 사람들이지만 성경에 나오는 이들의 행적을 보면

그들이 어떻게 참된 신앙인이 되었는지 알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현재의 신앙인으로서 우리는

어떠한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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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성경에서는 라합의 예를 들어 믿음과 실천에 대해 이야기 한다.

즉 "믿음으로써, 창녀 라합은 정탐꾼들을 평화로이 맞아들였기에,

순종하지 않은 자들과 함께 망하지 않았습니다."(히브 11,31)

또한 "마찬가지로 창녀 라합도 심부름꾼들을 맞아들이고

또 그들을 다른 길로 내보냈을 때에 실천으로 의롭게 된 것이 아닙니까?"(야고 2,25)라는 본문처럼,

라합은 풍문으로 들었던 사실들을 통해 받아들인 자신의 믿음 안에서

하느님의 약속을 실행하러 온 정탐꾼들에게 상황에 맞는 일을 실천하였던 것이다.

 

나오미의 며느리 룻도 마찬가지다.

나오미는 "주님의 손에 얻어맞은 이 몸"(룻기 1,13)이라고 회개하듯이

여인으로서 어머니로서의 참된 신앙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모압 여인이지만,

룻은 나오미의 며느리로서 살아가는 과정에서

시어머니의 삶 속에 배어있는 신앙인의 모습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설혹 룻이 생각과 말로는 받아들였을 지라도,

시어머니와 함께 약속의 땅이지만 룻에게는 이민족의 땅인 가나안으로 들어가기는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룻은 하느님을 믿고 있는 이민족 여인인 나오미와의 만남이 십 년도 안 되는 기간이었지만,

룻은 온 마음으로 하느님을 믿고 온 몸으로 실천하였던 것이다.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의 보증이며

보이지 않는 실체들의 확증입니다"(히브 11,1)라는 말씀처럼

룻은 본인은 알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거룩한 사람이 되려는 의지를 가지고

하느님을 믿고 행동하였던 것이다.

 

"사실 그 말씀은 너희에게 아주 가까이 있다. 

너희의 입과 너희의 마음에 있기 때문에, 

너희가 그 말씀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신명 30,14)라고 한 바와 같이

이러한 믿음과 실천은 시대와 환경과 여건이 다르더라도 어렵지 않다고 모세는 이야기 한다.  

5. 이민족 여인인 룻과 라합의 신앙 고백

라합과 룻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하느님을 받아들였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에 대해 성경은 구체적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1) 모압 여인인 룻의 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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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러운 우상 크모스를 믿었던 모압의 여인 룻은

나오미에게 어머니의 겨레가 저의 겨레라고 하면서

"어머님의 하느님이 제 하느님이십니다."(룻기 1,16)라고 하였다.

"전능하신 천주 성부 천지의 창조주를 저는 믿나이다"라는

사도신경의 첫 부분을 떠올리게 하는 룻의 답변이다.

이에  더 나아가

"오직 죽음만이 저와 어머님의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습니다."(룻기 1,17)라는 말은

신약 이후 순교자들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2) 가나안 여인인 라합의 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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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알, 아스타롯 등을 숭배하고 열두 가지 저주의 행동을 했던 가나안의 라합은

"이스라엘의 하느님만이 위로는 하늘에서,

아래로는 땅에서 하느님이십니다"(여호 2,11)라고 하였다.

이는 곧 모든 우상을 버리고 하느님을 믿겠다는 고백이다.

당시 다신교 우상 숭배 시대에서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6. 룻과 라합의 삶의 여정에 비추어 본 현대

다신교와 그로 인한 비인륜적 행위들이 횡행하는 사회 속에서,

라합의 모습과 룻의 삶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 마음속 깊이 경종을 울린다. 

현대의 수많은 아류성 종교에 편승하여

자신은 물론 가족과 사회를 윤리 및 도덕적으로 교란하여

공동선의 보편 사회를 파괴하려는 행위들이

무언가를 빙자하여 횡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룻기에서 언급하는 탈출기 시대를(룻기 1,1) 보자.

어려움 속에서 잘못했다고 빌기에,

기껏 평화를 가져다 주면,

어느 틈엔가 하느님께서 금하신 행동에 빠지는 모습들이 순환적으로 나타난다.

 

탈출기 시대는 물론 현대의 이러한 악의적 순환은

그 사회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의 삶 속에

거룩함이 완전히 스며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성경 본문에 드러난 룻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성경을 통한 믿음과 말씀의 실천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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