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영성

거룩한 사람

좋은생각으로 2022. 2. 18. 13:36

모든 것을 품에 안으려는 나무(낙안읍성)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은 사제들의 나라가 되고 거룩한 민족이 될 것(탈출 19, 6)"이라고 말씀하셨다.

사제들의 나라는 외형적으로 이루어지지만,

거룩한 민족은 내적인 영적 성숙이 없으면 될 수 없다.

거룩한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세를 통해 들여다보고자 한다.  

 

 

▶자신의 신원을 정확히 안다. 

모세는 자신의 신원을 분명히 인식하고 사실을 밝혔다.

그는 불의에 대응하는 용기를 지녔다.

비록 그가 사람을 죽였지만(탈출 2, 11-12), 이는 하느님의 계획의 일부라 할 수 있다.

 

모세는 입양 왕자로 키워졌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살았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하고자 하시는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영적인 왕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모세는 현재의 신분을 탈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로 되돌아갈 수 없는 상황과 같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떠나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환경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곳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영성적으로도 거듭나야 한다.

지은 살인죄에 대한 보속의 시간도 필요하다.

 

모세가 동족인 히브리 사람의 고통을 외면했다면 이러한 결과는 초래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신원에 대한 확실한 자각과 소신이 있었기 때문에 발생하고 이루어진 것이다.  

 

 

어려움을 극복할 줄 안다.  

사람은 평상시와 다른 환경에 들어가면 혼돈에 빠지게 된다.

그것이 이전의 상황보다 나쁜 상태가 될 때 더욱 그러하다.

이를 극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에는

미래의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이집트 왕자였던 모세는 사십 년이라는 세월을 시나이 산과 주변 광야에서 목자로 살았다.

거친 음식과 따가운 햇볕에 적응해야 했다.

 

모세가 자신을 책망하고 후회했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내재되어 있는 소명과 불굴의 의지는 그를 더욱 강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광야의 생활을 이겨내고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겸손하다. 

때가 되어 하느님께서 그에게 나타나시어 당신의 전능하신 힘을 나누어 주신다고 하신다.

왕자의 신분이기까지 했던 모세는 스스로 자신을 낮춘다.   

 

모세가 왕실에서 사십 년을 살았다면 일반적인 교육은 물론 정치 외교적 교육까지 받았을 것이다.

이런 추측보다는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었던 이후의 상황을 통해 모세의 뛰어난 능력을 더욱 극명하게 알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모세는,

'이제야 하느님께서 나를 알아주셨구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저는 말솜씨가 없습니다. 입도 무디고 혀도 무딥니다(탈출 4, 10)"라고 말한다. 

하느님의 제안을 곧바로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낮춘 것이다.  

 

 

소명을 피하지 않는다.   

모세는 하느님께서 가라는 말씀을 따른다.

그를 죽이려 했던 위협을 무릅쓰고 이집트로 돌아간다.  

 

모세는 하느님의 명령대로 이스라엘 민족을 끌고 나온다.

그 과정에서 백성들의 불평(탈출 15, 24; 16, 2; 17, 2)과 아말렉족과의 전쟁(탈출 17, 8) 등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모세는 주님 안에서 모든 일을 극복한다.

마침내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을 뵙는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안다. 

하느님께서 당신께서 창조하신 사람들과 직접 대화하시고 만나신 후, 함께 먹고 마시기까지 하신다.

이럴 때 이스라엘 민족, 아니 신앙인들은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모세가 지금까지 해 온 행동처럼 처신해야 할 것이다.

 

모세가 미디안으로 달아났다.

그곳 미디안의 사제에게는 딸이 일곱 있었다.

이들이 물을 길어 구유에 채우고서는 아버지의 양 떼에게 물을 먹이려 하였다.

그때 목자들이 와서 그들을 쫓아내었다.

그러자 모세가 일어나서 그 딸들을 도와 양 떼에게 물을 먹여 주었다.(탈출 2, 16-17)

모세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서 전혀 알지 못하는,

즉 생면부지의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도와주었다.

 

모세가 시나이 산으로 올라가 하느님을 뵙는 동안,

그가 데리고 나온 백성들이 문제를 일으킨다.

하느님께서는 진노하신다.

"네가 이집트에서 데리고 올라온 너의 백성이 타락하였다(탈출 32, 7)"고 말씀하신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이 아닌  모세 "너의 백성"이라고 말씀하신다.

당신께서 말씀하신 것을 따르겠다고 얼마 전에 계약한 그들이기 때문에 하느님의 진노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모세는 심지어 하느님의 마음까지도 헤아리며 말씀드린다.

"‘그가 이스라엘 자손들을 해치려고 이끌어 내서는,

산에서 죽여 땅에 하나도 남지 않게 해 버렸구나.’ 하고 말하게 하시렵니까?

타오르는 진노를 푸시고 당신 백성에게 내리시려던 재앙을 거두어 주십시오."(탈출 32, 12) 

 

모세는 간청하기 전에 하느님의 권위, 아니 면목을 먼저 세워드린다. 

기도의 전형이다.

하느님께서는 당장 시행하시려던 진노의 칼을 거두신다.     

 

 

자신을 버릴 줄 안다.   

모세는 산 아래에서 벌어진 일들을 사실 그대로 말씀드린다. 

“아, 이 백성이 큰 죄를 지었습니다. 자신들을 위하여 금으로 신을 만들었습니다."(탈출 32, 31) 

그리고 용서를 청한다.

"용서하지 않으시려거든 거룩하신 책에서 제발 저를 지워 주십시오."(탈출 32, 32)라고 말한다. 

 

모세의 말에 하느님께서는

네가 데리고 나온 너의 백성을 데리고 너희들끼리 가라고 말씀하신다. 

아직도 하느님께서는 노여움을 푸시지 못했다. 

 

 

남을 위해 기도할 줄 안다. 

모세는 산을 내려와 진영 멀리 떨어진 곳에 천막을 치고 기도한다.

함께 가지 않겠다고 하신 하느님께 매달린다.

자신을 더욱 낮추고 자비를 베풀어 주시라고 청한다.

"제가 당신 눈에 든다면, 저에게 당신의 길을 가르쳐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당신을 알고, 더욱 당신 눈에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민족이 당신 백성이라는 것도 생각해 주십시오."(탈출 33, 13) 

 

모세는 진심을 다하여 자신이 아닌 백성들을 위해 간청드린다.

 

 

하느님 뜻에 최선을 다한다. 

노여움을 푸신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가시겠다고 말씀하신다. 

"내가 몸소 함께 가면서 너에게 안식을 베풀겠다."(탈출 33, 14)

 

모세는 하느님께서 부여하신 모든 임무를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마침내 모세는 주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다 하였다.(탈출 40, 16)

 

 

▶하느님의 계명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거룩한 사람은 하느님의 모든 계명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사람(민수 15, 4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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