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폭풍 소리이다.
아침이다.
들이치는 비바람에 창문을 열 수 없어 유리너머로 바라본다.
폭풍이 잦아들자 비자림에 갔다.
그러나 아직도 비는 주룩주룩 내린다.
이런 날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빗속을 걷고 싶었는지, 일정상 그리하였는지는 모른다.
나는 젊은 시절의 쏟아지는 비에 흠뻑 젖었던 회색빛 기억을 생각하면서 왔다.
빗속의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때는 저녁 늦은 시간이다.
숙소 창문 너머의 폭풍에 흠뻑 젖은 종려나무들이지만
꿋꿋이 서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괴로움을 참은 인고의 시간을 버텼다는 기개가 느껴진다.
종려나무 뒤편 해안가에는 아직도 파도가 하얀 포말을 뿜으며 일렁인다.
좀더 먼 해변의 모습이다.
바다와는 달리,
앞 마당 정원은 야간 조명으로 나뭇잎이 연두색의 영롱한 빛을 낸다.
거센 바람속에 너울 거렸던 어지러움이 산들 바람속에 나부끼는 옷깃처럼 숨을 고르게 되었다.
휘몰아치는 폭풍이 눈에 선하게 보인다. 그러나 성경은 "폭풍이 사람 눈에 보이지 않듯이 그분의 위업도 대부분 감추어져 있다."(집회 16,21)고 기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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