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막: 요셉과 그의 형제들의 이집트에서의 여정
시대 배경
요셉의 형들이 양식을 구하러 간 이집트에서의 상황(창세기 42-45장)
① 흉년 1년 차에는 전년도의 식량이 있었지만, 이제는 다 떨어졌다.
② 이 상황은 흉년 2년 차 후반에 발생하였을 것이다: BC 1877년
기근이 앞으로 5년 더 남았기(창세 45,6) 때문이다.
▷성경 연대는 칠십인역(LXX) 성경을 기준으로 한다.
▶파라오의 꿈과 관련된 14년 연대표◀
14막 구성
42장. 야곱의 아들들이 양식을 구하러 이집트로 가다.
43장. 야곱의 아들들이 벤야민을 데리고 이집트로 가다.
44장. 유다가 벤야민 대신 종이 되겠다고 나서다.
45장. 요셉이 자신을 밝히고 아버지를 이집트로 모시고 오게 한다
42장. 야곱의 아들들이 양식을 구하러 이집트로 가다.
42-1 야곱의 아들들이 이집트로 가다.
본문
[야곱]
“어째서 서로 쳐다보고만 있느냐?”(창세 42,42ㄱ)
“내가 들으니 이집트에는 곡식이 있다는구나.
그러니 그곳으로 내려가 곡식을 사 오너라.
그래야 우리가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다.”(창세 42,2ㄴ)
단상
하느님께서는 자연의 순리를 이용하여
숙명적인 만남을 마련하신다.
물이 없어 온 땅이 메말라 기근이 발생한 것은,
생명수를 새로이 부어주시기 위함이다.
요셉을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청하는 야곱의 모습은 본문에 나오지 않는다.
요셉이 잘못된 것은 오로지 야곱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청원기도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야곱에게는 딸 디나처럼 아들 요셉도 그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느님께서는 인간들에게
당신께서 주관하신 역사를 서서히 보여주신다.
사람이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도 마련하신다.
묵상
자, 내가 여러분에게 신비 하나를 말해 주겠습니다.
우리 모두 죽지 않고 다 변화할 것입니다.(1코린 15,51)
순식간에, 눈 깜박할 사이에, 마지막 나팔 소리에 그리될 것입니다.
나팔이 울리면 죽은 이들이 썩지 않는 몸으로 되살아나고 우리는 변화할 것입니다.(1코린 15,52)
42-2 요셉이 형들을 염탐꾼이라 하자 형들이 아니라고 하다.
본문
[요셉]
“너희는 어디서 왔느냐?”(창세 42,7ㄴ)
[요셉의 형들]
“양식을 사러 가나안 땅에서 왔습니다.”(창세 42,7ㄷ)
그때 요셉은 형들에 대하여 꾼 꿈들을 생각하며 그들에게 말하였다.(창세 42,9ㄱ)
[요셉]
“너희는 염탐꾼들이다.
너희는 이 땅의 약한 곳을 살피러 온 자들이다.”(창세 42,9ㄴ)
[요셉의 형들]
“아닙니다, 나리.
나리의 이 종들은 양식을 사러 왔습니다."(창세 42,10ㄴ)
"저희는 모두 한 사람의 자식입니다.
저희는 정직한 사람들입니다.
이 종들은 염탐꾼이 아닙니다.”(창세 42,11)
[요셉]
“아니다.
너희는 이 땅의 약한 곳을 살피러 온 자들이다.”(창세 42,12ㄴ)
[요셉의 형들]
“나리의 이 종들은 본디 열두 형제입니다.
저희는 가나안 땅에 사는 어떤 한 사람의 아들들입니다.
막내는 지금 저희 아버지와 함께 있고,
다른 한 아우는 없어졌습니다.”(창세 42,13ㄴ)
[요셉]
“내가 너희에게 말한 그대로다.
너희는 염탐꾼들이다."(창세 42,14ㄴ)
"너희를 이렇게 시험해 봐야겠다.
너희 막내아우가 이리로 오지 않으면,
내가 파라오의 생명을 걸고 말하건대,
너희는 결코 이곳을 떠날 수 없다."(창세 42,15)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을 보내어 아우를 데려오너라.
그동안 너희는 옥에 갇혀 있어라.
너희 말이 참말인지 시험해 봐야겠다.
그렇지 않을 때에는,
내가 파라오의 생명을 걸고 말하건대,
너희는 정녕 염탐꾼들이다.”(창세 42,16)
그러고 나서 그들을 사흘 [3] 동안 감옥에 가두었다.(창세 42,17)
단상
야곱의 아들들은 자신들을 정직한 사람들이라 한다.
그러나 요셉은 그들을 염탐꾼들이라 한다.
요셉이 형제들에게 묵시적으로 교육을 시킨다.
'염탐꾼'은 반국가적 의미를 지니므로 대단히 심각한 발언이다.
요셉은 형제들을 염탐꾼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자신을 죽음보다 못한 노예로 팔았기 때문이다.
요셉은 한편으로 형들이 큰 절을 하던 꿈을 생각한다(창세 42,9).
이러한 과정에서 요셉의 형들은 스스로를 "열두 형제"라고 말했다.
이 열두 형제 가운데에는 요셉이 포함되어 있다.
형제들 가운데 르우벤은 요셉을 돌려보내려고 했고,
유다는 요셉을 살리려 했다.
형제는 생명을 나눈 사람들이다.
요셉이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일 것이다.
요셉은 형들을 사흘 동안 감옥에 가둔다.
사흘이란 형제들의 죄에 대한 완전한 처벌을 의미한다.
이로써 요셉은 형식적이지만 형제들에 대한 물리적인 처벌을 완료한다.
이제는 하느님의 약속이 이루어지기 위한 새로운 국면 전개가 필요한 시점이다.
묵상
요나가 사흘 밤낮을 큰 물고기 배 속에 있었던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사흘 밤낮을 땅속에 있을 것이다.(마태 12,40)
42-3 요셉이 벤야민을 데려오라 하다.
본문
[요셉]
“너희가 살려거든 이렇게 하여라.
나도 하느님을 경외하는 사람이다."(창세 42,18ㄴ)
"너희가 정직한 사람들이라면,
너희 형제들 가운데 한 사람만 감옥에 남아 있고,
나머지는 굶고 있는 너희 집 식구들을 위하여 곡식을 가져가거라."(창세 42,19)
"그리고 너희 막내아우를 나에게 데려오너라.
그러면 너희 말이 참되다는 것이 밝혀지고,
너희는 죽음을 면할 것이다.”.(창세 42,20ㄱ)
[요셉의 형들]
“그래, 우리가 아우의 일로 죗값을 받는 것이 틀림없어.
그 애가 우리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할 때,
우리는 그 고통을 보면서도 들어주지 않았지.
그래서 이제 이런 괴로움이 우리에게 닥친 거야.”(창세 42,21ㄴ)
[르우벤]
“그러기에 내가
‘그 아이에게 잘못을 저지르지 마라.’ 하고 너희에게 말하지 않았더냐?
그런데도 너희는 말을 듣지 않더니,
이제 우리가 그 아이의 피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었다.”(창세 42,22ㄴ)
요셉은 그들 앞에서 물러 나와 울었다.
그런 다음 돌아와 그들과 이야기하였다.
그는 그들 가운데에서 시메온을 불러내어 그들이 보는 앞에서 묶었다.(창세 42,24)
단상
요셉이 형들을 시험한다.
형들은 하느님을 경외하는 요셉 앞에서 반드시 문제를 풀어야 한다.
형들은 요셉이 히브리말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요셉 앞에서 후회한다.
하느님 안에서 후회는 회개를 의미한다.
"나도 하느님을 경외한다"는 요셉의 말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요셉은 맏형 르우벤이 도탄에서 자신을 아버지에게 돌려보내려고 했음을 확인한다.
르우벤이 요셉을 돌려보내자고 한 말은,
요셉이 형들에게 다가오기 전이었기 때문에(창세 37,21-23),
요셉은 르우벤의 생각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요셉은 유다가 자신을 노예로 팔아버리자고 한 것은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요셉이 구덩이 속에 들어 있을 때(창세 37,24),
유다가 그러한 말을 했기 때문이다 (창세 37,27).
유다의 제안은 비록 죽음에서 요셉을 구하기는 했지만
죽음보다 못한 상태로 만든 것이다.
그렇지만 그리된 것은 유다와 요셉을 통해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요셉의 수난은 맏형 르우벤과는 관련이 없다.
요셉의 둘째 형인 시메온이 묶여 이집트에 기약 없이 남게 된다.
나이 순서로 앉게 될 때 어리둥절했듯이(창세 43,33),
요셉의 형제들은 시메온이 묶인 이유를 모른다.
시메온은 불확실성 속에서 그들의 형제들이 돌아올 때까지 막연히 기다려야 한다.
어찌 보면 스켐 사람들을 속여 그들을 도륙한(창세 34,25-29)
악한 행동에 대한 죗값인지도 모른다.
시메온은 요셉에 대한 잘못된 행동을 알기에 거부하지 않고 남는다.
야곱의 아들 시메온도 아버지처럼 하느님을 경외하는 사람이다.
형제들의 후회하는 말과
책임지려는 모습이 요셉의 마음을 후빈다.
묵상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칩니다.(루카 1,50)
42-4 요셉의 형들이 시메온을 남겨두고 가나안으로 돌아가다.
본문
[한 형제]
“내 돈이 돌아와 있어.
봐,
내 자루 속에 들어 있어!"(창세 42,28ㄴ)
[형제들]
“하느님께서 어찌하여 우리에게 이런 일을 하셨는가?”(창세 42,28ㄷ)
그들은 가나안 땅으로 아버지 야곱에게 돌아와,
그동안 겪은 모든 일을 그에게 말씀드렸다.(창세 42,29)
“그 나라의 주인 되는 사람이 우리에게 매몰차게 말하면서,
저희를 그 나라를 엿보러 간 염탐꾼으로 여겼습니다."(창세 42,30)
"그래서 저희는 그에게 대답하였습니다.
‘저희는 정직한 사람들이지 염탐꾼은 아닙니다."(창세 42,31)
"저희는 한 아버지의 아들들로서 열두 형제입니다.
하나는 없어졌고,
막내는 지금 가나안 땅에 저희 아버지와 함께 있습니다.’(창세 42,32)
"그랬더니 그 나라의 주인 되는 사람이 저희에게 말하였습니다.
‘너희가 정직한 사람들인지 이렇게 알아봐야겠다.
너희 형제들 가운데 하나를 여기에 나와 함께 남겨 두어라.
나머지는 굶고 있는 너희 집 식구들을 위하여 곡식을 가지고 가거라.'"(창세 42,33)
"'그리고 너희 막내아우를 나에게 데려오너라.
그래야만 너희가 염탐꾼들이 아니라 정직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겠다.
그제야 내가 너희 형제를 풀어 주고,
너희는 이 땅을 두루 돌아다닐 수 있게 될 것이다.’”(창세 42,34)
그런 다음 그들이 자루를 비우는데,
각자의 자루에 제 돈주머니가 들어 있는 것이었다.
그들과 그들의 아버지는 그 돈주머니를 보고 두려움에 사로잡혔다.(창세 42,35)
단상
사람은 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돈만 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셉이 형제들 자루에 돈주머니를 집어넣은 것은
형제들의 실제적인 본성을 보기 위함이다.
그들이 요셉을 돈을 받고 노예로 팔았기 때문이다.
심각한 문제들이 야곱의 아들들에게 겹쳐 발생한다.
염탐꾼이 되었다.
감옥에 갇혔었다.
시메온이 잡혔다.
이제는 돈을 훔친 도둑이 되었다.
야곱의 아들들은 돈주머니에 의해 자신들도 모르게 요셉에게 팔리게 된 것이다.
야곱의 아들들은 꼼짝할 수 없는 진퇴유곡의 상황에 빠졌다.
묵상
네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
가서 단둘이 만나 그를 타일러라.
그가 네 말을 들으면 네가 그 형제를 얻은 것이다.(마태 18,15)
42-5 벤야민을 데려가는 것을 야곱이 거부하다.
본문
[야곱]
“너희가 내게서 자식들을 빼앗아 가는구나!
요셉이 없어졌고 시메온도 없어졌는데,
이제 벤야민마저 데려가려 하는구나.
이 모든 것이 나에게 들이닥치다니!”(창세 42,36ㄴ)
[르우벤]
“제가 만일 벤야민을 아버지께 데려오지 않으면,
제 두 아들을 죽이셔도 좋습니다.
그 아이를 제 손에 맡겨 주십시오.
제가 아버지께 그 아이를 다시 데려오겠습니다.”(창세 42,37)
[야곱]
“내 아들은 너희와 함께 내려갈 수 없다.
그의 형은 죽고 그 아이만 홀로 남았는데,
그 아이가 너희와 함께 가다가 무슨 변이라도 당하게 되면,
너희는 이렇게 백발이 성성한 나를,
슬퍼하며 저승으로 내려가게 하고야 말 것이다.”(창세 42,38ㄴ)
단상
야곱은 요셉이 없어진 후 막내인 벤야민을 지극히 사랑한다.
벤야민은 어머니 라헬을 보지 못했다.
라헬이 벤야민을 낳은 후 숨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야곱의 눈에는 벤야민이 그저 애처로울 뿐이다.
르우벤은 벤야민을 데려가는 대신,
잘못되면 자신의 두 아들을 죽이겠다고 한다.
야곱은 자식 때문에 슬퍼하는데
르우벤은 자신을 대신하여 자식을 버리려 한다.
어찌 야곱이 '생선 대신 뱀'을 주려는 르우벤을 믿고 보낼 수 있겠는가?
묵상
너희 가운데 어느 아버지가 아들이 생선을 청하는데,
생선 대신에 뱀을 주겠느냐?(루카 11,11)
43장. 야곱의 아들들이 벤야민을 데리고 이집트로 가다.
43-1 야곱이 다시 양식을 구하러 가라도 하다.
본문
[야곱]
“다시 가서 양식을 좀 사 오너라.”(창세 43,2ㄴ)
[유다]
“그 사람이 저희에게 엄중히 경고하면서,
‘너희 아우와 함께 오지 않으면,
너희는 내 얼굴을 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창세 43,3ㄴ)
"아버지께서 아우를 저희와 함께 보내시면,
내려가서 아버지께 양식을 사다 드리겠습니다."(창세 43,4)
"그러나 그 아이를 보내시지 않으면,
저희는 내려가지 못합니다.
‘너희 아우와 함께 오지 않으면,
너희는 내 얼굴을 볼 수 없다.’고 그 사람이 말하였기 때문입니다.”(창세 43,5)
[이스라엘]
“너희는 어찌하여 아우가 또 있다는 소리를 해서 나를 괴롭히느냐?”(창세 43,6)
[아들들]
“그 사람이 저희와 우리 가족에 대해 낱낱이 캐물으면서,
‘아버지께서 살아 계시느냐?’,
‘너희에게 다른 형제가 또 있느냐?’ 하기에,
저희는 묻는 대로 대답했을 뿐입니다.
저희에게 아우를 데려오라고 할 줄이야 어찌 알았겠습니까?”(창세 43,7)
단상
야곱 집안에 스켐에서의 디나의 폭행 사건을 이은 또 다른 다툼이 발생한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벤야민이 야곱에게는 항상 애처로운 막내아들이지만,
아들들에게는 양식을 구하는데 필요한 도구에 불과하다.
이 다툼은 생명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첨예할 수 밖에 없다.
야곱 집안 모두가 굶어서 죽거나(창세 43,8),
모두를 위해 벤야민 한 사람이 죽어야 하는 문제이다.
야곱이 말한다.
"왜 나를 괴롭히느냐?"
아들들이 말한다.
"어찌 알았겠습니까?"
서로의 마음을 알았으니 이제는 괴롭히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이들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고 계신다.
묵상
나의 자녀 여러분,
그리스도께서 여러분 안에 모습을 갖추실 때까지 나는 다시 산고를 겪고 있습니다.(갈라 4,19)
내가 지금 여러분과 함께 있으면서 다른 어조로 말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나는 여러분의 일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갈라 4,20)
43-2 벤야민을 데리고 가지 못하게 하자 유다가 나서다.
본문
[유다]
“그 아이를 저와 함께 보내 주십시오.
그러면 저희가 일어나 떠나가겠습니다.
그래야 저희도,
아버지도,
그리고 저희의 어린것들도 죽지 않고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창세 43,8)
"제가 그 아이를 맡겠습니다.
그 아이에 대해서 저에게 책임을 물으십시오.
제가 만일 그 아이를 아버지께 도로 데려와 아버지 앞에 세우지 않는다면,
제가 아버지에 대한 그 죄를 평생 동안 짊어지겠습니다."(창세 43,9)
"저희가 이렇게 머뭇거리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벌써 두 번은 다녀왔을 것입니다.”(창세 43,10)
단상
유다에 의해 르우벤과 다른 모습이 제시된다.
유다는 벤야민이 잘못되면,
자신이 "아버지에 대한 그 죄"를 평생 동안 짊어진다고 말한다.
유다는 자신을 희생시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유다가 야곱 집안의 대표자가 되는 순간이다.
맏형 르우벤에서 유다로 역사의 흐름이 바뀌는 국면이 전개된다.
이렇듯 창세기 사가가
넷째 아들 유다를 세우는 방법이 절묘하다.
시대를 관통하여 흐르는 참된 도리,
즉 스스로 책임지려는 모습을 통해 드러 낸 것이다.
유다의 자신을 희생하려는 모습은 이스라엘을 이끌 지도자의 전형이다.
유다는 타마르에 의해
다윗의 조상인 페레츠의 아버지가 된다(창세 38,29).
책임지려는 지도자의 모습은 어느 시대,
어느 민족에게나 마찬가지다.
가정을 책임지는,
공동체를 책임지는,
사회를 책임지는,
국가를 책임지는 국민 모두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묵상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26)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6,27)
43-3 야곱이 벤야민을 데리고 가는 것을 허락하다.
본문
[이스라엘]
“정 그렇다면 이렇게 하여라.
이 땅의 가장 좋은 토산물을 너희 포대에 담아 그 사람에게 선물로 가지고 내려가거라.
약간의 유향과 꿀, 향고무와 반일향, 향과와 편도를 가져가거라."(창세 43,11ㄴ)
"돈도 두 배로 가져가거라.
너희 곡식 자루 부리에 담겨 돌아왔던 돈도 도로 가져가거라.
그것은 아마도 무슨 착오였을 것이다."(창세 43,12)
"너희 아우를 데리고 일어나 그 사람에게 다시 가거라."(창세 43,13)
"너희가 그 사람 앞에 섰을 때,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너희를 가엾이 여기시어,
그 사람이 너희의 다른 형제와 벤야민을 보내 주기를 바란다.
자식을 잃어야 한다면 나로서는 잃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창세 43,14)
단상
야곱이 유다의 말을 받아들인다.
아버지로서의 당연한 대응이다.
야곱에게는 유다가 왠지 든든하다.
"너 유다야,
네 형제들이 너를 찬양하리라.
네 손은 원수들의 목을 잡고
네 아버지의 아들들이 네 앞에 엎드리리라."(창세 49,8)
야곱은 시메온이라는 이름 대신 다른 형제라고 부른다.
야곱은 스켐에서의 시메온의 행동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에둘러 드러낸다.
유다는 아버지께 순종하고,
야곱은 하느님의 자비를 구한다.
"하느님께서 너희를 가엾이 여기시어"라고
야곱의 입에서 하느님의 이름이 나온다.
야곱이 자신이 아닌 아들들을 위해 청원 기도를 하는 것이다.
야곱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도의 전형을 보여준다.
하느님께 항상 기도하라.
하느님 안에서 항상 깨어 있어라.
항상 하느님께 의탁하라.
영원하신 하느님이시다.
묵상
예수님께서는 모든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면서,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주셨다.(마태 9,35)
그분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었기 때문이다.(마태 9,36)
43-4 야곱의 아들들이 벤야민과 함께 요셉을 만나다.
본문
요셉은 그들과 함께 벤야민이 있는 것을 보고,
자기 집 관리인에게 일렀다.(창세 43,16ㄱ)
[요셉]
“이 사람들을 집으로 데려가거라.
짐승을 잡고 상을 차려라.
이 사람들은 나와 함께 점심을 먹을 것이다.”(창세 43,16ㄴ)
[형제들]
“지난번 우리 곡식 자루에 담겨 돌아왔던 그 돈 때문에 우리를 데려가는 거야.
우리에게 달려들어 우리를 덮치고,
나귀와 함께 우리를 종으로 삼으려는 거야.”(창세 43,18ㄴ)
“나리, 저희는 지난번에도 양식을 사러 내려왔습니다."(창세 43,20)
"그런데 하룻밤 묵을 곳에 이르러 곡식 자루를 열어 보니,
각자의 곡식 자루 부리에 저희 돈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이렇게 도로 가져왔습니다."(창세 43,21)
"저희는 또 양식을 살 돈도 따로 가져왔습니다.
누가 곡식 자루 속에 그 돈을 넣었는지 저희는 모릅니다.”(창세 43,22)
[관리인]
“안심하십시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하느님,
여러분 아버지의 하느님께서 그 곡식 자루에 보물을 넣어 주신 것입니다.
나는 여러분의 돈을 이미 받았습니다.”(창세 43,23ㄴ)
그러고서는 시메온을 그들에게 데려왔다.(창세 43,23ㄷ)
단상
요셉이 벤야민이 있는 것을 본다.
어찌 보면 점심을 벤야민과 함께하려 했겠지만,
요셉이 형제들과 음식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그들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요셉의 관리인이 말한다.
"여러분의 하느님",
이민족의 입에서 하느님의 이름이 나온다.
"이 사람처럼 하느님의 영을 지닌 사람"(창세 41,38ㄴ)이라고
파라오의 입에서 나왔던 하느님의 이름이
이집트 전체에 퍼진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매 순간마다
당신의 거룩한 이름이 드러나게 하신다.
요셉이 집 관리인에게 형제들과 함께 먹을 음식을 차리라고 한다.
형제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준비이다.
예수님께서 수난당하기 전에 마지막 만찬을 마련하신다.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은 죽음이 아닌 부활을 위한 준비이다.
묵상
그리고 그 집주인에게 ‘스승님께서
′내가 제자들과 함께 파스카 음식을 먹을 방이 어디 있느냐?′ 하고 물으십니다.’ 하여라.(루카 22,11)
그러면 그 사람이 이미 자리를 깔아 놓은 큰 이층 방을 보여 줄 것이다.
거기에다 차려라.”(루카 22,12)
43-5 요셉이 아우 벤야민을 보고 속으로 울다.
본문
[요셉]
“전에 너희가 말한 늙은 아버지는 잘 계시느냐?
아직도 살아 계시느냐?”(창세 43,27ㄴ)
[형제들]
“나리의 종인 저희 아버지는 잘 있습니다.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창세 43,28ㄱ)
[요셉]
“전에 너희가 나에게 말한 막내아우가 이 아이냐?”(창세 43,29ㄴ)
“얘야, 하느님께서 너를 어여삐 여겨 주시기를 빈다.”(창세 43,29ㄷ)
요셉은 자기 아우에 대한 애정이 솟구쳐 올라 울음이 나오려고 해서,
서둘러 안방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울었다.(창세 43,30)
단상
요셉은 아버지 야곱이 잘 있다는 말에 안심한다.
단 하나뿐인 동생 벤야민을 바라본다.
어머니의 얼굴을 보지도 못한 동생이다.
요셉이 운다.
그의 울음에는 다양한 심정이 섞여 있다.
기쁨의 눈물,
슬픔의 눈물,
분함의 눈물,
증오의 눈물,
회한의 눈물.....
예수님께서 눈물을 흘리신다.
묵상
예수님께서는 눈물을 흘리셨다.(요한 11,35)
그러자 유다인들이
“보시오, 저분이 라자로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하고 말하였다.(요한 11,36)
43-6 요셉이 형제들과 음식을 먹다.
본문
[요셉]
“음식을 차려라.”
그들은 요셉 앞에 맏아들부터 막내아들에 이르기까지 나이 순서로 앉게 되자,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어리둥절해하였다.(창세 43,33)
요셉이 자기 상에서 각 사람의 몫을 나르게 하는데,
벤야민의 몫이 다른 모든 이들의 몫보다 다섯 배나 많았다.
그들은 요셉과 함께 마시며 즐거워하였다. (창세 43,34)
단상
마시며 즐긴다.
마지막 시련을 위한 만찬이다.
거의 연년생인 야곱의 아들들을 나이 순서로 앉게 했다는 표현은,
요셉의 영적 능력을 형제들에게 암암리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러한 영적 능력은 요셉이 관리인에게 시킨,
주인께서 '점을 치시는 잔'(창세 44,5)이라는 말에서 드러난다.
묵상
저녁때가 되자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와 함께 식탁에 앉으셨다.(마태 26,20)
44장. 유다가 벤야민 대신 종이 되겠다고 나서다.
44-1 요셉이 은잔의 계책을 세우다.
본문
[요셉]
“저 사람들의 곡식 자루에다
그들이 가져갈 수 있을 만큼 양식을 채워 주어라.
그리고 각자의 돈을 그들의 곡식 자루 부리에 넣는데,"(창세 44,1ㄴ)
"막내의 곡식 자루 부리에는
곡식 값으로 가져온 그의 돈과 함께 내 은잔을 넣어라.”(창세 44,2ㄱ)
단상
요셉의 또 다른 계책이 실행된다.
돈은 형제들 모두를 다시 이집트로 돌아오게 하기 위함이고,
은잔은 벤야민만 따로 빼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또한 형제들의 대응을 통해
그들의 속내를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돈은 육적인 질료이며,
점을 치는 은잔은 영적인 질료이다.
요셉이 형제들을 영육적으로 시험하려 한다.
묵상
그리고 잔을 받아 감사를 드리시고 나서 이르셨다.
“이것을 받아 나누어 마셔라.(루카 22,17)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제부터 하느님의 나라가 올 때까지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결코 마시지 않겠다.”(루카 22,18)
44-2 벤야민의 자루에서 은잔이 나오다.
본문
[요셉]
“일어나 그 사람들을 쫓아가거라.
그들을 따라잡거든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여라.
‘너희는 어찌하여 선을 악으로 갚느냐?'"(창세 44,4ㄴ)
"'이것은 내 주인께서 마실 때 쓰시는 잔이며 점을 치시는 잔이다.
너희는 고약한 짓을 저질렀다.’”(창세 44,5)
[형제들]
“나리께서는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나리의 이 종들이 그런 짓을 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창세 44,7ㄴ)
"보십시오,
저희는 지난번 곡식 자루 부리에서 발견한 돈을
가나안 땅에서 가져다 나리께 되돌려 드렸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어찌 나리의 주인댁에서
은이나 금을 훔칠 수 있겠습니까?"(창세 44,8)
"나리의 이 종들 가운데 그것이 발견되는 자는 죽어 마땅합니다.
그리고 나머지도 나리의 종이 되겠습니다.”(창세 44,9)
[관리인]
“그렇다면 좋다.
너희 말대로 하자.
그것이 발견되는 자는 나의 종이 된다.
그러나 나머지는 자유롭게 가도 좋다.”(창세 44,10ㄴ)
관리인이 큰아들부터 시작하여 막내아들에 이르기까지 뒤지자,
그 잔이 벤야민의 곡식 자루에서 나왔다.(창세 44,12)
그러자 그들은 자기들의 옷을 찢고 저마다 나귀에 짐을 도로 실은 뒤,
그 성읍으로 되돌아갔다.(창세 44,13)
단상
요셉의 관리인이 형제들에게,
벤야민 외에는 자유롭게 가도 좋다고 말한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여 책임을 묻는 모습이다.
한편으로는 형제들의 대응을 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야곱의 아들들은 죄에 대한 처벌이 마땅하다고 한다.
그리고는 은잔이 발견되자 성읍으로 되돌아간다.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다.
요셉의 관리인을 죽이고 도망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들은 죽음을 불사하고 요셉에게 간다.
저희는 정직한 사람들입니다.
이 종들은 염탐꾼이 아닙니다.”(창세 42,11)라고 했듯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거짓보다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는 의로움이 드러난다.
하느님에 대한 야곱의 믿음이 아들들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묵상
하느님께서 나에게 베푸신 은총에 힘입어 여러분 모두에게 말합니다.
자신에 관하여 마땅히 생각해야 하는 것 이상으로
분수에 넘치는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저마다 하느님께서 나누어 주신 믿음의 정도에 따라 건전하게 생각하십시오.(로마 12,3)
44-3 요셉이 벤야민만을 종으로 삼으려 하다.
본문
[요셉]
“너희는 어찌하여 이런 짓을 저질렀느냐?
나 같은 사람이 점을 치는 줄을 너희는 알지 못하였더냐?” (창세 44, 15ㄴ
[유다]
“저희가 나리께 무어라 아뢰겠습니까?
무어라 여쭙겠습니까?
또 무어라 변명하겠습니까?
하느님께서 이 종들의 죄를 밝혀내셨습니다.
이제 저희는 나리의 종입니다.
저희도, 잔이 나온 아이도 그러합니다.” (창세 44, 16ㄴ
[요셉]
“나는 그런 일을 할 수 없다.
잔이 나온 사람만 내 종이 되고,
나머지는 평안히 너희 아버지에게 올라가거라.” (창세 44, 17ㄴ
단상
유다가 말한다.
무어라 아뢰겠습니까?
무어라 여쭙겠습니까?
무어라 변명하겠습니까?
한없이 자신을 낮추는 고백이다.
요셉은 겉으로 벤야민을 원하지만,
마음으로는 모든 형제들의 화해를 바란다.
요셉이 바라는 바가 유다의 대답 속에 은연중에 내비친다.
변명하려 들지 않고 책임지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무어라 하겠습니까?
묵상
세상이 창조된 때부터,
하느님의 보이지 않는 본성 곧 그분의 영원한 힘과 신성을
조물을 통하여 알아보고 깨달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변명할 수가 없습니다.(로마 1,20)
44-4 유다가 요셉에게 말하다.
본문
[유다]
“나리, 이 종이 감히 나리께 한 말씀 아뢰겠습니다.
나리께서는 파라오와 같으신 분이시니,
이 종에게 노여워하지 마십시오."(창세 44,18ㄴ)
"나리께서 이 종들에게 ‘아버지나 아우가 있느냐?’ 물으시기에,"(창세 44,19)
"저희가 나리께 대답하였습니다.
‘저희에게 늙은 아버지가 있고,
그가 늘그막에 얻은 막내가 있습니다.
그 애 형은 죽고 그의 어머니 아들로는 그 애밖에 남지 않아,
아버지가 그 애를 사랑합니다.’"(창세 44,20)
"그러자 나리께서는 ‘그 아이를 나에게 데리고 내려오너라.
내 눈으로 그를 보아야겠다.’ 하고 이 종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만,"(창세 44,21)
"저희는 나리께 대답하였습니다.
‘그 아이는 제 아버지를 떠날 수 없습니다.
떠나면 그 애 아버지는 죽고 말 것입니다.’"(창세 44,22)
"그러나 나리께서는 이 종들에게,
‘너희 막내아우가 함께 내려오지 않으면,
너희는 다시 내 얼굴을 볼 수 없다.’ 하셨습니다."(창세 44,23)
"그래서 저희가 나리의 종인 저희 아버지에게 올라갔을 때,
나리의 말씀을 아버지에게 전하였습니다."(창세 44,24)
"그 뒤에 저희 아버지가 ‘다시 가서 양식을 좀 사 오너라.’ 하였지만,"(창세 44,25)
"저희는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저희는 내려갈 수 없습니다.
막내아우가 함께 가야 저희가 내려갈 수 있습니다.
막내아우가 저희와 함께 가지 않으면,
저희는 그 어른의 얼굴을 뵐 수 없습니다.’"(창세 44,26)
단상
유다가 말한다.
감히 한 말씀 아뢰겠습니다.
어렵고 두려운 사람 앞으로 나서는 유다 담대한 모습이 그려진다.
유다는 또다시 자신을 한없이 낮춘다.
묵상
탄식하고 슬퍼하며 우십시오.
여러분의 웃음을 슬픔으로 바꾸고 기쁨을 근심으로 바꾸십시오.(야고 4,9)
주님 앞에서 자신을 낮추십시오.
그러면 그분께서 여러분을 높여 주실 것입니다.(야고 4,10)
44-5 유다가 요셉에게 야곱의 심정을 전하다.
본문
[유다]
"그랬더니 나리의 종인 저희 아버지가 저희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내 아내가 나에게 아들 둘을 낳아 주었다는 것을 너희도 알지 않느냐?"(창세 44,27)
"그런데 한 아이는 나를 떠났다.
나는 그 애가 찢겨 죽은 것이 틀림없다고 말하였고,
사실 나는 지금까지도 그 아이를 다시 보지 못하였다."(창세 44,28)
"그런데 너희가 이 아이마저 나에게서 데려갔다가 무슨 변이라도 당하게 되면,
너희는 이렇게 백발이 성성한 나를,
비통해하며 저승으로 내려가게 하고야 말 것이다.’"(창세 44,29)
"이렇게 아버지의 목숨이 그 애의 목숨에 달려 있는데,
이제 그 아이 없이 제가 나리의 종인 저희 아버지에게 돌아갔을 때,"(창세 44,30)
"그 아이가 없는 것을 보게 되면,
아버지는 죽고 말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 종들은 결국,
나리의 종인 백발이 성성한 저희 아버지를,
애통해하며 저승으로 내려가게 하고야 말 것입니다."(창세 44,31)
단상
유다의 증언자로서의 역할이 드러난다.
아버지의 심정을 사실 그대로 전한다.
요셉은 자신의 나이 열일곱 [17]에 꿈 이야기를 했을 때
아버지가 했던 말을 잊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
나와 네 어머니와 네 형들이 너에게 나아가
땅에 엎드려 큰절을 해야 한단 말이냐?"(창세 37,10)
요셉은 자신을 구하려 하지 않은
아버지 야곱을 한편으로는 원망하고 있었을 것이다.
야곱은 요셉이 사랑하는 육신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창세기 사가는
요셉이 하느님의 영으로 꿈을 푸는 예지적인 사람이지만,
유다의 입을 빌어
야곱의 심정을 구구절절이 이야기하게 한다.
아버지 야곱의 요셉에 대한 심정을 처절하게 설명하게 한다.
하느님께 나아가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은
형제는 물론 가족 간의 화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묵상
그러므로 네가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고 하다가,
거기에서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마태 5,23)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예물을 바쳐라.(마태 5,24)
44-6 유다가 요셉에게 자신이 종이 되겠다고 말하다.
본문
[유다]
"나리의 이 종은 제 아버지에게 그 아이를 맡겠다고 하면서,
‘제가 만일 그 아이를 아버지께 도로 데려오지 않는다면,
제가 아버지 앞에서 그 죄를 평생 짊어지겠습니다.’ 하고 말하였습니다."(창세 44,32)
"그러니 이제 이 종이 저 아이 대신 나리의 종으로 여기에 머무르고,
저 아이는 형들과 함께 올라가게 해 주십시오."(창세 44,33)
"그 아이 없이 제가 어떻게 아버지에게 올라갈 수 있겠습니까?
저의 아버지가 겪게 될 그 비통함을 저는 차마 볼 수 없습니다.”(창세 44,34)
단상
유다가 막내 벤야민 대신 종이 되겠다고 한다.
유다가 가족을 위하여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한다.
요셉은 유다의 모습에서 형제들에 대해 진정한 애정을 갖게 된다.
요셉은 집안을 이끄는 가장으로서 유다를 신뢰하게 된다.
이로써 창세기 사가의 의도대로,
유다는 야곱 집안뿐만 아니라
이집트의 요셉을 포함한 이스라엘의 모든 집안을 맡게 되는
구원자가 된 것이다.
유다, 페레츠, 다윗,
그리고 예수그리스도로 이어지는 삶의 여정의 고리가 완성된다.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죄를 대신 짊어지실 것이다.
묵상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루카 2,11)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이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마르 14,24)
45장. 요셉이 자신을 밝히고 아버지를 이집트로 모시고 오게 한다
45-1 요셉이 형제들에게 자신을 밝히다.
본문
[요셉]
“모두들 물러가게 하여라.”(창세 45,1ㄴ)
“내가 요셉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아직 살아 계십니까?”(창세 45,3ㄴ)
“나에게 가까이 오십시오.”(창세 45,4ㄱ)
“내가 형님들의 아우 요셉입니다.
형님들이 이집트로 팔아넘긴 그 아우입니다."(창세 45,4ㄴ)
단상
상황이 극적으로 반전된다.
"내가 요셉입니다."
요셉이 자신의 신원을 스스로 밝힌다.
형제들의 회개와 유다의 책임지려는 모습과
유다의 입을 통해 아버지 야곱의 마음을 알고 나서,
그간 암울하게 쌓였던 요셉의 마음이 풀리기 시작한다.
이제 형제들 사이에 화해가 이루어진다.
하느님께서 신앙의 선조들을 통해
화해의 중요성을 보여 주신다.
화해를 통해 사랑을 얻는 방법을 가르쳐 주신다.
하느님 말씀 안에서
상대방을 배려하면 서로 신뢰하게 되고
서로가 신뢰하면 모두가 믿게 된다.
이것이 바로 화해이며 회개인 것이다.
이렇게 하면
믿음과 희망, 그리고 으뜸인 사랑은 계속될 것이다(1코린 13,13).
하느님은 사랑이시다(1요한 4,8ㄴ).
그러므로 주님의 제단에 예물을 바치기 전에,
화해해야(마태 5,23-24) 한다.
묵상
이 모든 것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당신과 화해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해의 직분을 맡기신 하느님에게서 옵니다.(2코린 5,18)
곧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당신과 화해하게 하시면서,
사람들에게 그들의 잘못을 따지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화해의 말씀을 맡기셨습니다.(2코린 5,19)
45-2 요셉이 하느님께서 미리 보내셨다고 말하다.
본문
[요셉]
"그러나 이제는 저를 이곳으로 팔아넘겼다고 해서 괴로워하지도,
자신에게 화를 내지도 마십시오.
우리 목숨을 살리시려고
하느님께서는 나를 여러분보다 앞서 보내신 것입니다."(창세 45,5)
단상
요셉이 하느님의 섭리라 하면서 형제들을 받아들인다.
화해가 이루어졌으니
평화가 함께 할 것이다.
묵상
십자가를 통하여 양쪽을 한 몸 안에서 하느님과 화해시키시어,
그 적개심을 당신 안에서 없애셨습니다.(에페 2,16)
이렇게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에 오시어,
멀리 있던 여러분에게도 평화를 선포하시고
가까이 있던 이들에게도 평화를 선포하셨습니다.(에페 2,17)
45-3 기근이 앞으로 다섯 해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하다.
본문
[요셉]
"이 땅에 기근이 든 지 이태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다섯 해 동안은 밭을 갈지도 거두지도 못합니다."(창세 45,6)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나를 여러분보다 앞서 보내시어,
여러분을 위하여 자손들을 이 땅에 일으켜 세우고,
구원받은 이들의 큰 무리가 되도록 여러분의 목숨을 지키게 하셨습니다."(창세 45,7)
"그러니 나를 이곳으로 보낸 것은 여러분이 아니라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파라오의 아버지로,
그의 온 집안의 주인으로,
그리고 이집트 온 땅의 통치자로 세우셨습니다."(창세 45,8)
단상
기근이 든 지 2년 되었다.
앞으로 5년이 더 남았다.
요셉이 야곱 집안의 구원자가 되었다.
구원받은 이들의 큰 무리가 그로 하여금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묵상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영도자와 구원자로 삼아 당신의 오른쪽에 들어 올리시어,
이스라엘이 회개하고 죄를 용서받게 하셨습니다.(사도 5,31)
45-4 야곱과 함께 이집트로 내려오게 하다.
본문
[요셉]
"그러니 서둘러 아버지께 올라가 아버지의 아들 요셉의 말이라 하고 이렇게 전하십시오.
‘하느님께서 저를 온 이집트의 주인으로 세우셨습니다.
지체하지 마시고 저에게 내려오십시오.'"(창세 45,9)
"'아버지께서 고센 지방에 자리 잡게 되시면,
아버지께서는 아들들과 손자들,
그리고 양 떼와 소 떼 등 모든 재산과 더불어 저와 가까이 계실 수 있습니다.'"(창세 45,10)
"'기근이 아직도 다섯 [5] 해나 계속될 터이니,
제가 그곳에서 아버지를 부양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아버지와 집안,
그리고 아버지께 딸린 것들이 궁핍해지지 않을 것입니다.’"(창세 45,11)
"지금 형님들은 내가 여러분에게 직접 말하고 있는 것을
내 아우 벤야민과 함께 바로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창세 45,12)
"내가 이집트에서 누리는 이 영화와 그 밖에 무엇이든 본 대로 다 아버지께 말씀드리십시오.
서둘러 아버지를 모시고 이곳으로 내려오십시오.”(창세 45,13)
단상
하느님께서,
야곱이 고난을 피할 방도를 미리 마련해 두셨듯이,
야곱은 양육의 땅에서
편히 눈을 감게 될 것이다(창세 46,4).
그렇지만 아브라함에게 하신 말씀이 아직 남아 있다.
그들은 사백 [400] 년 동안 종살이를 하고 (창세 15,13),
사 [4] 대째가 되어서야 (창세 15,16ㄱ)
약속의 땅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느님께서 품고 계신,
때가 이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묵상
그가 큰 소리로 말하였습니다.
“하느님을 경외하고 그분께 영광을 드려라.
그분께서 심판하실 때가 왔다.
하늘과 땅과 바다와 샘을 만드신 분께 경배하여라.”(묵시 14,7)
45-5 파라오가 형제들에게 땅을 주겠다고 제안하다.
본문
[파라오]
“그대의 형제들에게 이르시오.
‘너희는 이렇게 하여라.
너희의 짐승들에 짐을 싣고 가나안 땅으로 가서,'"(창세 45,17ㄴ)
"'너희 아버지와 집안 식구들을 데리고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이집트에서 가장 좋은 땅을 주고,
이 땅의 기름진 것을 먹게 해 주겠다.’"(창세 45,18)
"그대는 또 이렇게 내 말을 전하시오.
‘너희는 이렇게 하여라.
너희의 어린것들과 아내들을 생각하여,
이집트 땅에서 수레들도 끌고 가거라.
거기에다 너희 아버지를 태워 오너라.'"(창세 45,19)
"'너희 세간들을 아까워하지 마라.
이집트 온 땅의 가장 좋은 것들이 너희 차지가 될 것이다.’”(창세 45,20)
단상
파라오는 이집트에서 가장 좋은 땅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이스라엘 백성이 틈만 되면 이집트로 돌아가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집트는 도약을 위한 발판인데도 그들은 계속 그곳에 머무르려 한다.
심지어는 약속의 땅에 들어온 후에도 되돌아가려고 부단히 시도한다.
예로보암이 솔로몬이 죽을 때까지 이집트에 머무르고(1열왕 11,40),
유다 왕조가 멸망한 뒤에 이집트로 내려간 것이(예레 44,1) 바로 그것이다.
하느님의 뜻은
이스라엘이 번성하면 이집트에서 끌어내시는 것이다(탈출 12,37).
이는 이스라엘이 이집트로 돌아가서는 안된다는 의미이다.
하느님께서는 왜 이스라엘을 그곳에서 끌어내시는가?
이집트는 잡신들인 우상을 숭배하는
영적으로 가장 천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이사악의 아들 야곱의 자손들을 늘리기 위해
기름진 것을 먹게 해 주는(창세 45,18)
단지 양육의 땅일 뿐이다.
현시대에 영적으로 가장 천한 곳과 비천한 것은 무엇인가?
하느님의 말씀이 없거나 왜곡된 곳,
하느님의 계명에 어긋나는 일을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묵상
그런데 유혹자가 그분께 다가와,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들에게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 하고 말하였다.(마태 4,3)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마태 4,4)
45-6 야곱이 이집트에 내려가기로 하다
본문
[요셉]
“길에서 너무 흥분하지들 마십시오.(창세 45,24ㄴ)
[형제들]
“요셉이 살아 있습니다.
그는 온 이집트 땅의 통치자입니다.”(창세 45,26ㄱ)
[야곱]
“내 아들 요셉이 살아 있다니,
이제 여한이 없구나!
내가 죽기 전에 가서 그 아이를 봐야겠다.”(창세 45,28)
단상
야곱은 죽은 줄 알았던 요셉의 소식을 23년 만에 듣는다.
야곱의 나이는 130세이다.
요셉이 열일곱 [17] 살에 팔려갈 때의 야곱의 나이는 107세였다.
야곱은 자신의 말 그대로 참으로 고난한 삶을 살아왔다(창세 47,9).
이제는 쉴 때가 되어간다.
모든 사람은 나름대로 자신의 삶의 여정을 보낸다.
그 과정에는 여러 단계가 놓여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세운 계획대로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보편교회 신앙인들의 삶의 여정은 일반인들과 다르다.
그것이 어떠한 삶의 여정인지는 신앙 선조들의 삶에 투영해 보면 된다.
창세기를 열다섯 마당으로 구분하여
신앙 선조들의 삶의 여정을 그려본 이유이기도 하다.
야곱이 말한다.
"죽기 전에 가서 그 아이를 봐야겠다."
가톨릭 교회 신앙인들은 듣는다.
“보라, 내가 곧 간다." (묵시 22,7.12)
"Behold, I am coming soon."(묵시 22,7.12; RNAB)
묵상
“보라, 내가 곧 간다.
이 책에 기록된 예언의 말씀을 지키는 사람은 행복하다.”(묵시 22,7)
“보라, 내가 곧 간다.
나의 상도 가져가서 각 사람에게 자기 행실대로 갚아 주겠다."(묵시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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